폐기 vs 사수… 美신-구 권력 ‘오바마케어 결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럼프 “보험료 엄청나게 올라” 펜스 “첫 행정명령, 오바마케어 폐기”
오바마, 민주당 의원총회 참석 “여론 움직여 폐기 막아 달라” 당부
민주당 “트럼프, 美 다시 아프게 할 것”
관타나모 수용소 놓고도 충돌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상호 비난을 자제해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미국의 신구(新舊) 권력이 결국 오바마케어(의료보험 개혁)의 존폐를 놓고 4일 정면충돌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날 하루 종일 오바마케어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놓고서도 격돌했다.

 트럼프 측이 먼저 오바마케어 폐기를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시작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오전 의회를 전격 방문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우리의 첫 번째 행정명령은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펜과 전화로 할 수 있었던 일(행정명령)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마이크 엔지 상원 예산위원장은 의회 개원 첫날인 3일 오바마케어 신속 폐기를 겨냥한 ‘예산 결의안’을 발의했다.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등 오바마케어 관련 상·하원 4개의 위원회에 향후 10년간 최고 각각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부채를 줄이도록 관련 예산을 줄이거나 없애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지휘 서신’을 보냈다. 그는 “적용 범위가 형편없고 보험료가 엄청나게 오른 오바마케어라는 재앙의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 공화당은 이 점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기 과정에서 자칫 책임을 뒤집어써 자신에게 정치적 파장이 올 것을 막아 달라는 것이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민주당 상·하원 합동 의원총회에 참석해 90분간 의원들을 만나 오바마케어 사수를 당부했다. 그는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대체 조치들을 통과시키는 것을 도와서는 안 된다”며 “공화당의 새로운 계획은 (오바마케어와 전혀 다른) 트럼프케어”라고 강조했다. 또 “특히 공화당 내 티파티(새로운 보수주의운동) 세력이 길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자신들의 뜻을 관철했듯이 민주당도 보다 치열하게 시민들을 만나 오바마케어의 장점을 설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구호에 빗대어 트럼프와 공화당이 ‘미국을 다시 아프게(sick again)’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오바마케어가 폐기되거나 대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4명이 24시간 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감된다고 4일 보도했다. 트럼프가 3일 트위터에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추가 석방은 없어야 한다. 이들은 극도로 위험한 인물”이라고 밝힌 것을 일축한 조치다. 오바마는 퇴임 전까지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수를 현재 59명에서 최대 40명까지 줄일 방침이어서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오바마케어#의료보험#미국#트럼프#오바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