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버리고 달아난 ‘인도네시아판 세월호 선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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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불나자 대피 방송 않고 탈출, 260명 탑승… 23명 사망 17명 실종

 신년 연휴를 즐기기 위해 관광지로 가는 승객들을 태운 여객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한 ‘인도네시아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2일 AP통신과 CNN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경 승객 260여 명을 태우고 수도 자카르타 무아라앙케 항을 떠나 약 50km 떨어진 티둥 섬으로 향하던 ‘자로 익스프레스’ 여객선에 출발 15분 만에 불이 나 최소 23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선장과 선원 3명을 사고 직후 배를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생존자들은 선장과 선원들이 불이 난 뒤 대피 안내 방송도 하지 않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더 큰 혼란을 겪었고, 피해도 커졌다는 것이다. 안토니우스 부디오노 인도네시아 교통부 해양교통국장은 “선장이 가장 먼저 배를 버렸다면 선장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강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여객선은 기본적인 안전 규칙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 정원이 100명인데도 2배가 넘는 인원을 태웠다. 이번 사고 전에도 해당 배는 정원을 훨씬 넘는 승객을 태웠고, 구명조끼도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엔진에서 처음 연기와 불이 난 뒤 연료통으로 옮겨 붙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감안할 때 엔진 내부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여객선 등 해양교통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부실한 안전관리, 과적, 장비 노후화 등으로 사고가 잦고 인명 피해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세월호#인도네시아#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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