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측 “취임 즉시 오바마정부 각종 규제 폐기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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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추방 유예 행정명령 에너지 개발 제한 등 우선 손볼 듯
對러 보복 조치도 폐기 가능성
오바마 “8년간 놀랄 만한 진보” 트위터에 글 7건 올려 견제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20일 취임 첫날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내린 각종 행정명령과 규제를 우선적으로 폐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 행정명령은 차기 대통령이 얼마든지 또 다른 행정명령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오바마 흔적 지우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1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년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 오바마 행정부의 각종 규제와 행정명령을 취임과 동시에 즉각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어떤 행정명령을 폐기할지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체류자 추방유예를 담은 이민개혁 행정명령과 에너지산업 규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등에 비판적이었던 만큼 이 문제들과 관련한 행정명령이 우선 폐기 대상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2014년 11월 발표된 이민개혁은 ‘오바마 어젠다’의 핵심으로 불린다. 47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게 골자다. 470만 명의 대부분은 멕시코 등 중남미계 히스패닉이라고 퓨리서치센터는 분석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해킹 의혹과 관련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對)러 초강경 제재 행정명령도 폐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파이서 내정자는 이날 러시아 제재에 대해 “(러시아 외교관) 35명이 추방되고 시설 2곳이 폐쇄됐는데, 과연 (러시아 측이) 한 행위들에 합당한 대응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외교적 대응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보복이라는 의구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러시아 제재 행정명령을 뒤집을지는 이번 주 미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 수장들의 관련 브리핑을 받은 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신년사를 통해 임기 8년간의 업적을 높게 자평하면서 트럼프 공세 차단에 나섰다. 그는 이날 이례적으로 트위터에 7건의 글을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일한 것은 내 인생의 영광”이라며 “지난 8년간 여러분이 가능케 한 놀랄 만한 진보를 회고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고용 성장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청정에너지 개발과 기후변화 대책 등을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았다.

 한편 트럼프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전기 작가를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쫓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로스트 타이쿤: 도널드 트럼프의 여러 삶’이란 책에서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던 해리 허트 3세를 지난해 12월 30일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만났다. 트럼프는 이 책의 내용을 갖고 논쟁을 벌이다 허트에게 골프장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했고, 허트는 경호원들에 의해 다른 골프장으로 안내됐다. 허트의 동반자 중에는 공화당의 거액 후원자인 석유재벌 데이비드 코크도 있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오바마#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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