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사 핵심은 ‘언덕 위의 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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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민의식’ 강조하는 성경 표현… 트럼프의 ‘美우선주의’와 잘 맞아
레이건 등 美정치인들 즐겨 사용… “트럼프, 큰 꿈 꾸자는 내용 담을것”

 
“우리가 ‘언덕 위의 도시(city on the hill)’라는 사실을 미국인들에게 확인시킬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달 20일 취임사에서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상징하는 ‘언덕 위의 도시’ 표현을 사용하며 모든 미국인에게 다가가는 강력한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보리스 엡슈타인 대통령취임식위원회 공보국장이 27일 밝혔다. 엡슈타인은 CNN 인터뷰에서 취임사 내용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큰 꿈을 꾸자는 내용이 담긴 강력한 연설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언덕 위의 도시’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산상수훈’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매사추세츠 만 식민지 행정수반을 맡게 되는 청교도인 존 윈스럽이 1630년 영국에서 미국 대륙으로 향하던 아르벨라호 선상에서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며 정착민들이 세계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설교하면서 사용한 표현이다. 미국인이 신에게 선택받은 선민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그동안 수많은 미국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해 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의 슬로건과도 일맥상통하는 관용구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언덕 위의 도시’ 앞에 ‘빛나는’이란 수식어를 붙여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엡슈타인은 “(이런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물론이고 선거 기간 내내 강조됐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연설은 어둡고 비관적이었으며 취임사는 반대로 통합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는 사회자의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엡슈타인은 “트럼프는 언제나 꿈의 크기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가족이 취임식에서 맡을 역할에 대해선 “트럼프 당선인의 삶에서 가족은 매우 큰 부분”이라며 “그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사 작성의 주 업무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정책보좌관 내정자가 맡았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6일 밀러가 지난주 트럼프 소유의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설문 초고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취임사#선민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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