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는 백악관만 바라보는 예스맨들의 은신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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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사담 후세인 첫 신문… 닉슨 前CIA요원, 회고록서 주장
“이라크 침공때 후세인 통치 손떼 굳이 제거시킬 필요 없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백악관만 바라보는 ‘예스맨’들의 은신처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 붙잡히자마자 처음 그를 신문한 존 닉슨 전 CIA 요원(55·사진)이 ‘대통령에 대한 보고: 사담 후세인 신문’이란 회고록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CIA가 거대한 권력 집단으로 변모하면서 보신주의를 추구하는 인물로 채워진 나머지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답만 제공하는 ‘정보의 정치화’의 오류에 빠졌다는 것이다.

 1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IA의 이 같은 변질은 잘못된 정보 생산으로 이어졌다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닉슨의 핵심 주장이다. CIA는 9·11테러 이후 정권 입맛에 맞게 정보를 조작하는 데 익숙해졌고 결국 후세인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는 그릇된 정보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CIA의 오보가 이라크 전쟁의 결정적 빌미가 된 셈이다. 닉슨은 “CIA의 보고서는 기밀 정보 소비자를 위한 마약과 같다”고 표현했다. 정권이 자신의 이해에 들어맞는 보고를 끊임없이 원했다는 뜻이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후세인의 억울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닉슨은 스스로에게 ‘후세인을 권력에서 끌어내리고 제거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그를 제거할 필요가 없었다. 후세인은 당시 사실상 정부 일에서 손을 뗀 뒤였다. CIA도 이 사실을 전쟁 전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닉슨은 후세인을 직접 신문하며 후세인이 미군의 이라크 침공 당시 이미 통치권을 참모들에게 넘기고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후세인은 소설에 몰입할 뿐 정권 핵심에서 멀어져 이라크 정세에 아주 무지할 정도였다. 오히려 닉슨은 후세인이 9·11테러 이후 미국과 이라크가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후세인의 머릿속에 두 나라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항해 함께 싸우는 자연스러운 동맹국이었다”고 말했다.

 훗날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은 후세인은 닉슨에게 “미국은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없다”고 원망했다. 하지만 후세인은 “나 역시 (오판을 했으니) 그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주 오래전에 WMD를 없앴다는 걸 전쟁 전 미국 측에 확실히 밝히지 않았던 게 내 실수”라고 고백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후세인#심문#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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