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30% 부동층 품기엔… 유권자 흔들 결정적 한방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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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후 여론조사 우세 불구 승부 가를 표심 확보 여전히 숙제

 26일 미국 대선 1차 TV토론에 대해 유권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클린턴이 선거 40여 일을 앞두고 조기 대세론에 불을 지필지가 관심이다. 클린턴이 기세를 타고 30%에 이르는 부동층을 흡수할 경우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 하지만 남은 토론이 2차례나 남은 만큼 트럼프가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경우엔 판세는 다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은 토론이 끝나고 실시된 미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크게 앞섰다. CNN 여론조사를 보면 자신의 강점인 ‘외교정책’에서 62%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35%)를 거의 두 배 차이로 앞섰다. 특히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라며 트럼프로부터 공격받던 클린턴은 ‘진정성’ 부분에서도 53%를 얻어 트럼프(40%)보다 훨씬 앞섰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 미 언론들은 정치 관록을 앞세운 클린턴과 리얼리티 TV쇼 진행자로 방송 경험이 풍부한 트럼프의 토론을 앞두고 백중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클린턴은 트럼프를 노련하게 요리하며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보여줬다. CNN은 “트럼프가 클린턴이 던져놓은 미끼를 물면서 시종일관 끌려다녔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의 민주당 경선 상대였던 버니 샌더스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토론은 부동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잠재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11월 8일 대선 투표 때까지는 한 달 반가량 남아있으며, 대선 토론도 2차례나 더 있다. 이날 토론 초반에 ‘잠시만요(Excuse me)’라며 점잖게 나오던 트럼프는 토론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후반에는 격앙되며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토론을 마친 뒤엔 “클린턴의 딸 첼시를 생각해 남편 빌 클린턴의 여자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은 토론회에서는 트럼프 특유의 무차별 폭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민주당 컨설턴트인 크리스 코피니스가 토론이 끝나고 클리블랜드의 부동층 28명을 조사한 결과 11명이 ‘클린턴 승리’에 표를 던졌고, 트럼프는 한 표도 못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17명은 어느 후보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의 토론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2012년 공화당 대선 주자 밋 롬니 진영 고문을 지낸 케빈 매든은 “대선 TV토론은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들에 좌우되는데 이날 토론에선 그런 순간이 없었다. 이날 토론으로 부동층이 어느 후보 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어떤 후보도 결정적인 한마디를 남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NBC 방송은 “TV토론이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지만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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