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계마저 反트럼프… “덜나쁜 힐러리가 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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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16곳중 절반 힐러리 지지… “트럼프와 샌더스는 끔찍하다”
親기업 후보 없는 대선은 처음… “오바마정부보다 규제강화 우려”

미국 워싱턴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의회 등에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벌이는 무역업계들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보다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사진)이 백악관 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親)기업적인 공화당과 재계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오랫동안 서로 끌고 밀어주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굳어지면서 보수 공화당과 재계 사이에 심각한 균열이 생긴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무역협회 16곳의 대선 후보 지지 성향을 분석해 18일 보도했다. 이들 무역협회는 기업 10만 곳을 대신해 워싱턴에서 로비를 벌이는데 해당 기업들의 연매출은 총 3조5000억 달러(약 4162조 원)에 이른다.

설문에 답한 무역협회 16곳 가운데 절반은 클린턴을, 25%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곳은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 스타일에 사안마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나 “월가를 뒤집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샌더스보다 클린턴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훨씬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시스코 GE 등을 회원사로 둔 전미무역협의회(NFTC) 빌 레인시 회장은 “회원사들을 생각하면 클린턴이 그나마 덜 나쁜 선택”이라며 “클린턴은 적어도 이슈를 잘 이해하고 잘 들어준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요한 정보들을 떠벌리고 다닌다. 트럼프와 샌더스는 한마디로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재계는 클린턴이 경선 과정에서 사회주의자로 불리는 샌더스와 경쟁하면서 점점 정책이 ‘좌클릭’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기술협회(CTA) 게리 사피로 회장은 “역대 대선에서 이번처럼 친기업적인 후보가 없었던 적은 처음이다. 재계는 트럼프와 클린턴 모두 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협회들은 과다한 규제를 해 온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권 때문에 지난 8년 동안 힘겨운 시기를 보냈지만 차기 정부 아래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FT는 전했다. 양당 후보들이 치고받는 혼탁한 경선 때문에 이미 국내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힌 협회도 있었다. 친기업적인 공약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공약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진 것이다.

설문 항목별로는 무역 부문의 경우 클린턴이 63%의 지지를 받아 한 곳의 지지도 받지 못한 트럼프를 제쳤다. 조세 부문에서는 법인세 인하를 내세운 트럼프(31%)의 지지율이 클린턴(25%)보다 높았다.

미국 국제투자기구(OFII)의 낸시 매클러넌 대표는 “몇 주 전 한국과 일본을 다녀왔는데 온통 미국 대선 후보에 대한 우려와 걱정뿐이었다”며 “1980년대로 시계를 돌리려 하는 경제공약과 설익은 발언 때문에 기업인들의 속은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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