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닭고기 관세 2차大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5년만에 또 WTO에 제소… “부당 관세로 美농부들에 불이익”
中 “재협의 요구 유감” 반발… 양국 무역갈등 더 커질 가능성

미국 정부가 10일 자국산 닭고기에 부당한 반(反)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닭고기 관세를 문제로 중국을 WTO에 제소한 것은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출범 이후 WTO에 21건을 제소했는데 이 중 12건이 중국을 상대로 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미국 농부들은 세계 시장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하이취안(朱海泉)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WTO의 결정을 존중했고 이를 적용해 왔다”며 “이에 대해 또 협의를 요구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6년간 이른바 ‘닭발 싸움’을 벌여왔다. 2010년 중국이 미국산 닭고기·닭발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물리자 미국은 이듬해 WTO에 제소했다. WTO는 2년이 지난 2013년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WTO의 결정에도 중국이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관세를 폐지하지 않자 이번에 다시 제소한 것이다.

중국은 2010년 105.4%였던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2014년 73.3% 정도로 낮췄다. 그럼에도 2009년 33만 t에 달하던 미국의 대(對)중 닭고기 수출은 2014년에 12만 t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6803t에 불과했다. 2015년 조류인플루엔자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중국 정부가 미국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닭고기와 닭발 등을 더 많이 수입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단백질 섭취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13억 인구의 닭고기 시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닭발은 미국인이 먹지 않는 부위로 애완동물 사료로 쓰거나 쓰레기로 버렸는데 미국 양계업자들이 2000년대 초부터 이를 모아 중국에 수출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봐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닭고기 무역분쟁을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소규모 충돌(skirmish)’로 분석했다. 앞으로 양국 간 무역갈등이 확대될 만한 재료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달 말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 철강 수입을 전면 금지할지를 결정한다. 또 올해 말에는 중국산 제품 3건에 대한 반덤핑 결정도 예정돼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對)중 무역역조를 비판하고 있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중 간 무역분쟁이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닭고기#wto#반덤핑관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