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언론과 소송전 나선 에르도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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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최대 언론그룹 대표 상대… “모욕적 풍자시 게재 법적대응”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자신에 대한 코미디언의 풍자시(詩)를 게재해온 독일 최대 미디어 그룹의 대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일 변호사 랄프 회커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독일 악셀 스프링거 그룹의 마티아스 되프너 회장이 에르도안이 수간(獸姦)을 했다고 비방하는 풍자시를 매체에 게재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며 “쾰른 지방법원에 이를 금지하는 법원 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되프너 회장은 최근 독일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에 게재한 공개서한에 “독일에는 모든 의견과 예술, 풍자의 자유를 지지하는 전통이 있다”며 “코미디언 얀 뵈머만의 풍자시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며 이 시를 읽고 나는 크게 웃었다”고 썼다. 악셀 스프링거는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으로 독일 최대 발행 부수(250만 부)를 자랑하는 대중지 ‘빌트’도 여기서 발행한다.

독일 코미디언인 얀 뵈머만은 3월 말 독일 공영방송 NDR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비판 언론, 쿠르드족 반군 등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문제의 풍자시를 낭송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3월 초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에 대해 법정관리 결정을 내리는 등 언론 탄압에 나서 ‘21세기 술탄’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터키 정부는 방송 직후 앙카라 주재 독일대사를 소환해 항의하고 독일 정부에 뵈머만을 기소하라고 요청했다. 이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뵈머만의 외국 원수 모독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허용해 독일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유럽연합(EU)의 난민 처리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터키 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언론그룹#소송#에르도안#터키#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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