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리스트’ 보도… 홍콩 밍보 괘씸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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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유력지 밍(明)보의 편집국 고위 간부가 20일 새벽 갑자기 해고당하자 편집국 기자들이 항의 집회를 갖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장궈위안(姜國元) ‘집행 총편집(수석 편집부국장 격)’은 20일 새벽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경영 곤란으로 감원이 불가피하다. 이번 결정은 중톈샹(重天祥) 총편집(편집국장)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밍보직원협회는 의견을 달리했기 때문에 징벌을 내린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중 총편집은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친(親)중 성향이다.

특히 밍보는 장궈위안이 해고된 직후 배달된 20일자 1면과 4면에 홍콩과 마카오 정·재계 고위 인사들의 재산 해외도피 의혹을 다룬 특집기사를 실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보복성 인사 조치라고 BBC 중국어판은 보도했다. 이 기사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로부터 입수한 조세 회피 폭로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를 인용해 헨리 탕(탕잉녠·唐英年)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과 폴 찬(천마오보·陳茂波) 홍콩 발전국 국장,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 청쿵프로퍼티홀딩스(長江實業地産) 회장 등이 조세 회피처 버진아일랜드에 역외기업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밍보직원협회의 해고 철회 요구에 대해 중 총편집은 “경비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편집국 기자 등 직원 100여 명은 20일부터 회사 벽면에 ‘부밍부바이(不明不白·이유를 알 수 없다)’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시위를 벌였다. 홍콩기자협회 독립평론인협회 등 7개 언론 관련 단체도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파나마 리스트#홍콩#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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