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팔걸이된 흑인소녀… 환자같은 모델… 논란부른 패션광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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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비판받은 갭… “흑인에 대한 편견 표출” SNS 들썩
갭 “상처준것 사과… 광고내리겠다”
마른모델 썼다 구설수 오른 구치… “모델 아파보일 만큼 말라… 무책임”
英 광고표준위 “철회하라” 결정

백인 소녀가 흑인 소녀의 머리 위에 팔을 걸고 있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갭의 어린이 옷 광고(왼쪽 사진). 구치 광고는 깡마른 여성 모델을 써 마치 아픈 사람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BBC·뉴욕타임스
백인 소녀가 흑인 소녀의 머리 위에 팔을 걸고 있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갭의 어린이 옷 광고(왼쪽 사진). 구치 광고는 깡마른 여성 모델을 써 마치 아픈 사람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BBC·뉴욕타임스
글로벌 패션 회사인 구치와 갭이 부적절한 광고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인 갭은 최근 방송인 엘런 디제너러스와 협업해 만든 어린이 의류 광고가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의 광고에는 백인 소녀 3명과 흑인 소녀 1명이 등장한다. 양 끝에 선 백인 소녀 2명은 자유로운 동작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 선 키 작은 흑인 소녀는 키 큰 백인 소녀에게 머리가 눌린 채 다소 어두운 표정이다.

영국 BBC는 “흑인 머리가 백인 팔걸이냐”며 이 광고를 비난하는 소셜미디어의 글들을 소개한 뒤 “의도적인 인종차별이 아니라도 이 광고에서 모욕감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다. 갭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보도했다. 흑인 문화잡지 루트는 “문제의 광고는 흑인이 백인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하고 백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흑인 영화감독인 매슈 체리는 갭의 과거 광고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과민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광고 사진에는 반대로 키 큰 흑인 소녀가 키 작은 백인 소녀의 머리 위에 팔을 얹고 있다. 하지만 백인 소녀의 표정과 자세는 아주 당당하게 연출돼 있다.

갭은 성명을 내고 “갭은 46년 동안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해 왔다. 이번 광고로 상처 받은 이들에게 사과한다”며 “광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치는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썼다는 이유로 광고 금지 처분을 받았다. 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광고심의기구인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지난해 말 영국 더타임스에 실린 동영상과 사진 광고 속 모델이 아파 보일 만큼 말랐다는 이유로 광고를 내리라고 결정했다. 문제가 된 광고에서 모델은 기하학 무늬의 긴 드레스를 입고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벽면에 기대 서 있다.

ASA는 “상체를 살짝 숙인 자세 때문에 모델의 허리가 지나치게 가늘어 보인다. 또 어두침침한 눈 화장으로 마치 아픈 것처럼 침울하고 수척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치는 “이 광고는 성인을 대상으로 했으며, 건강하지 않아 보일 정도로 말랐다는 기준은 주관적이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ASA는 “불균형한 신체를 무책임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인종차별#갭#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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