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깊어진 Trubama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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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 없는 농담 주고받고… 만찬에 딸들도 함께 참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55)은 2009년 1월 백악관에 입성할 때만 해도 검은 머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하얗게 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자신보다 열 살 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백악관에서 농담 어린 충고를 했다.

“검은 머리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염색약 빨리 써야 할 거요.”

캐나다 총리로서는 19년 만에 9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방문한 트뤼도 총리가 숱한 화제를 남기고 돌아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가 격의 없이 함께 웃고, 걷고,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두고 ‘브로맨스’(남성들 간의 로맨스)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Trubama’(트뤼도+오바마)의 브로맨스가 깊어졌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이번에 2025년까지 2012년 대비 메탄가스 배출량을 40∼45% 줄이기로 했고, 북극해의 자원 및 환경 보전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런 성과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은 양국 정상의 재치 있는 발언들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양국이 절대 일치를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어디 맥주가 더 맛있는지, 어느 나라가 하키를 더 잘하는지”라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우승컵)이 내 고향 시카고 블랙호크스에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트뤼도 총리도 질세라 “미국에서 캐나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블랙호크스에서 뛰고 있는 캐나다 선수들을 일일이 언급했다.

같은 날 만찬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두 딸 말리아(18), 사샤(15)도 참석했다. 국빈 만찬에 딸들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고교 졸업반인 말리아 양은 목선이 깊게 파인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었다. 트뤼도 총리는 “두 딸을 만나게 돼 정말 감동이다. (대통령의 딸로서) 유년 시절에 겪은 훌륭한 경험들은 남은 인생에 큰 힘과 지혜가 될 것”이라고 덕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어린 트뤼도 총리의 세 자녀를 빗대 “트뤼도 총리에게 한 가지 부러운 게 있다. 바로 아이들을 언제든지 안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 “백악관에 처음 왔을 때 말리아는 열 살, 사샤는 일곱 살이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빨리 커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감상에 젖어 “말리아의 졸업식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갈 거다. 우는 것을 주변에 들키기 싫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임기 마지막 해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하반기(7∼12월)에 캐나다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트뤼도#캐나다#총리#오바마#미국#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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