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는 지금 ‘학풍 리모델링’ 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하버드-프린스턴 ‘공학-창업’ 강화
“로봇 등 신기술 발전속도 빨라… 뒤처지면 우수학생 유치 타격”
‘실리콘밸리 산실’ 스탠퍼드大, 공학중심서 인문학과 접목 확대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들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학풍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 발전 추세에 맞춰 학교 발전 전략을 바꾸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문·사회과학 중심이던 대학이 이공계 중심의 발전 전략을 짜고 나아가 학생들의 창업에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제학과 정치학 철학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유명한 프린스턴대는 1월 발표한 ‘대학 발전 전략’에서 ‘프린스턴 색깔을 담은 기업가 정신’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를 늘리고 대학 내 창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프린스턴대는 또 오랜 전통이자 경쟁력으로 꼽혀 온 소수 정예 대학원 교육 원칙을 공대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분야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도 검토 중이다. 대학원 규모를 키워야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의 창업 가능성도 커진다는 생각에서다.

하버드대도 인문·사회과학 중심에서 나아가 공학과 창업을 강조하는 학풍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6월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며 이 대학 경영대학원 졸업생인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에게서 4억 달러(약 4920억 원)를 기부받았다. 학교 역사상 최대 규모다. 하버드대는 공학 분야 단과대 이름도 ‘존 폴슨 공학응용과학대’로 바꿨다.

이 대학은 폴슨 회장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메인 캠퍼스가 있는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인근 올스턴에 대규모 공대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서 컴퓨터과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특히 스탠퍼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비해 뒤지는 컴퓨터과학 랭킹을 짧은 시간 안에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미 최상위권 대학들이 공학과 창업 교육 강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창업과 첨단 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린스턴대만 해도 10년 전보다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4배나 늘었다.

또 3차원(3D) 프린팅과 로봇 등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것도 변화의 이유로 꼽힌다. 김병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원장은 “미래상을 크게 바꿀 기술이 대거 개발되는 상황에서 명문대들이 해당 분야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학교의 연구 역량과 우수 학생 유치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학 분야와 창업 활성화를 통해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대규모 기금 유치에도 성공한 미 서부 명문대 스탠퍼드대 사례도 인문·사회과학을 강조해 온 명문대들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많다.

엔지니어링 스쿨이 강한 스탠퍼드대는 최근엔 인문학과의 접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학은 1월 공대의 미래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탠퍼드대는 공대의 ‘연구문화’를 최대한 개방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액셀러레이터(가속기)’란 조직을 만들어 다른 학문 분야와의 협력 연구를 촉진할 계획이다. 퍼시스 드렐 공대 학장은 “미래의 많은 문제는 공학을 중심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공학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협력해야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대학교#명문대#학풍 리모델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