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만의 첫 女총통 탄생과 ‘아이돌 쯔위’의 對中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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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105년 역사의 대만 첫 여성 총통이자 중화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다.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민진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의 주된 관심사는 ‘민생’이었다. 이 나라는 2010년만 해도 10%대였던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서 5년 연속 평균 2%대에 그쳤다. 청년실업률도 13%까지 치솟았다. 8년간 두 차례 집권한 국민당 마잉주 총통의 친중 정책으로 국내총생산의 무려 40%를 중국에 의존해 ‘중국이 기침을 하면 대만은 몸살을 앓는 경제구조’가 됐다. “중국으로부터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고 외친 차이 당선자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이번 선거는 일찌감치 승패가 갈렸다.

경제 문제 외에 중국과의 양안(兩岸) 관계 이슈도 당선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선거 직전 불거진 ‘쯔위(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사태’가 상징적 역할을 했다. 두 달 전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기를 흔든 일을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출신 가수가 문제 삼자 쯔위가 사과한 데서 비롯됐다. 분노한 2030세대들이 투표소로 몰려가 ‘역대 최대 표차(308만 표)를 내는 결정적 기여’(대만 롄허보)를 했다. 쯔위 사태는 양안 관계가 우리 문제로 번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차이 당선자가 당선된 날 하루 4차례나 이 일을 언급하며 “(중국의) 억압은 안 된다”고 하자 중국은 국무원 대만판공실, 외교부 성명, 관영 언론들을 총동원해 “대만의 어떠한 독립 시도도 결연히 거부한다”고 퍼부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는 ‘차이잉원’ ‘쯔위’ 검색어를 한때 차단하기까지 했다. 초장부터 험난한 양안관계를 예고한다.

미중이 이번 선거를 예의주시했던 것은 민진당의 승리로 대만의 친중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차이 당선자는 선거에서 미일 협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남중국해 문제 등 아태지역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편치 않은 상황이다. 대만을 지렛대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미국의 중요한 전략이다. 백악관과 일본 외무성이 즉각 정권 교체 환영 논평을 냈지만 중국은 축하 메시지를 한마디도 내놓지 않고 있다. 양안 해협의 긴장은 동북아 정세 변화를 부른다는 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만#총통#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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