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반박 연설로 뜬 ‘공화당의 여성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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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연소 주지사 헤일리, 反이민정서 자성하며 실정 비판
CNN 등 “부통령 영입 후보 1위”

소문 난 연설가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국정연설이 있던 12일 야당인 공화당에서도 새로운 연설 스타가 탄생했다.

미국에선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야당이 추천한 연사에게 반박 연설을 할 시간을 준다. 공화당의 선택은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44·사진)였다. 지난해 6월 찰스턴의 흑인교회 난사 사건 직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인종 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퇴출시켜 주목받았으며 미국 최연소 현역 주지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에서 진행된 15분간의 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실정을 비판한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나머지는 공화당의 자성을 촉구하는 한편 공화당 대선후보 중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국의 전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자신이 이 나라에서 환대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다름을 부각하려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최상이다. 주변이 조용하면 다른 누군가의 얘기를 들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세상을 다르게 바꾸는 힘이다.”

미국 내 보수층의 반(反)이민 정서에 기대 자극적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 분명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강경파는 반발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프랭크 런츠는 “지난 10년간 야당의 반박 연설자 중 누구도 기록하지 못한 지지도를 끌어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의 오바마’라고 치켜세웠고, CNN은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을 능가하는 본선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밋 롬니와 뉴트 깅리치 같은 옛 공화당 실세도 “부통령 영입 후보 1순위”라고 입을 모았다.

헤일리 주지사는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민 온 인도 시크교도 가문 출신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소도시에서 태어나 같은 주의 클렘슨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환경 관련 회사에 다니다 어머니의 의류회사 경영에 뛰어든 뒤 지역 상공회의소를 거쳐 2004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공화당 혁신 세력인 ‘티파티’ 지지를 받아 2010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최초의 여성 주지사에 당선됐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니키 헤일리#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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