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속 부상당한 9세 소년 “제발 저를 땅에 묻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SNS에 동영상 올라 전세계 울려… 끝내사망… 가족묘지에 묻혀

예멘 내전에서 머리와 다리에 파편을 맞은 아홉 살 난 소년 파리드 샤우키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의료진에게 “저를 땅에 묻지 말아 주세요(Don’t bury me)”라며 울고 있다. 예멘의 사진작가 아흐메드 바샤가 찍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CNN 화면 캡처
예멘 내전에서 머리와 다리에 파편을 맞은 아홉 살 난 소년 파리드 샤우키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의료진에게 “저를 땅에 묻지 말아 주세요(Don’t bury me)”라며 울고 있다. 예멘의 사진작가 아흐메드 바샤가 찍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CNN 화면 캡처
“저를 땅에 묻지 말아 주세요(Don’t bury me).”

미국 뉴스채널 CNN은 22일 예멘의 사진작가 아흐메드 바샤가 내전의 참혹상을 알리기 위해 찍은 한 소년의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샤는 예멘의 제3의 도시 타이즈에서 아홉 살 난 소년 파리드 샤우키가 파편 상처를 치료받는 장면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해 17일 인터넷에 공개했다. 영상 속 소년은 피투성이가 된 채 침대에 누워 의료진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이 영상은 현재 15만 건 이상 조회됐다. 바샤는 영국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13일 거리에 있다가 미사일 발사 소리를 듣고 미사일이 떨어진 방향으로 달려갔더니 집 밖에서 놀던 어린이가 5명 이상 다쳐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며 “파리드가 가장 많이 다쳐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바샤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파리드가 치료를 받는 모습이 담겼다. 소년은 의사가 상처를 치료하자 “저를 땅에 묻지 말아 주세요”라며 몇 차례 애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어린 나이에도 많은 사람이 숨지고 묻히는 모습을 지켜본 소년은 자신도 그렇게 될까 무서웠던 것이다. 동영상 속에서 의료진은 미소를 띤 채 파리드의 다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안정시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살고 싶다는 파리드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영상 촬영 며칠 뒤 샤우키는 머리에 입은 상처로 숨졌고 결국 가족묘지에 묻혔다.

예멘의 유명한 반전 활동가들은 피를 흘려야 하는 내전이 종료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파리드가 말한 ‘#돈 베리 미(#dontburyme)’라는 해시태그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해시태그는 특정 단어 앞에 ‘#’ 기호를 붙여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나타내는 누리꾼들의 표현 방법이다. 해시태그는 초창기 아랍어로 쓰였으나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영문 해시태그를 퍼나르고 있다. 해시태그 전송량이 급증하면서 파리드는 반전을 상징하는 ‘예멘의 알란 쿠르디’로 불리기 시작했다. 알란 쿠르디는 터키 해변 휴양지 바닷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시리아의 세 살배기 난민 어린이다.

현재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지지하는 현 정부와 시아파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이 치열하게 내전을 벌이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 내전으로 5000명 이상이 숨졌으며 2만5000명 이상이 다쳤다. 바샤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은 종식돼야 하고 분명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며 “아무 상관도 없는 어린이들이 다치거나 숨지고 있다”고 내전 종식을 호소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예멘#내전#파리드샤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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