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대사관 재개관, 54년만에 내걸린 쿠바 국기 아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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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Y CUBA AMIGOS(미국과 쿠바는 친구)’

20일 오전 미국 워싱턴 북부에 있는 쿠바대사관 앞. 54년 만에 다시 쿠바 국기가 내걸리고 쿠바와 미국 국가가 연이어 연주되자 양국의 국교정상화를 지지자들은 분홍색 우산으로 이같은 글자 구호를 만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페루 출신 미국인 바실리오 사네스 씨(62)는 기자에게 “나는 쿠바와 쿠바인, 그들의 역사를 사랑한다”며 “이번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로 쿠바의 역사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은 쿠바 금수조치를 해제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반면 바로 옆에서 피켓을 들고 쿠바 민주화 시위를 하던 민간단체 회원 아미메리 리오스 씨(31)는 “미국과 유럽 정부들이 카스트로 독재정권에게 ‘자유선거를 실시하고 주민 인권을 보장하라’고 협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역사적인 대사관 재개관식에 참석했던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은 이날 오후 미 국무부를 찾아 존 케리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쿠바 외교장관이 미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것은 카스트로 혁명 직전인 1958년 이후 최초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케리 장관은 “오늘은 그동안 고장 났던 것을 고치고 너무 오래 닫혔던 것을 여는 날”이라며 “쿠바 국민 및 정부가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군기지 부지반환 등을 요구했다. 케리 장관은 의회가 권한을 쥐고 있는 금수조치가 해제되길 바란다면서도 관타나모 반환은 거부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 대사관에서 국기 게양식을 주재하기 위해 8월 14일 쿠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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