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후지TV ‘모두의 뉴스’에 출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안보 법안에 대해 “미국 집에 불이 나서 일본 집에 옮아붙으려 할 때 이를 도와줄 수 있는 법안”이라며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후지TV 화면 캡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일 산케이신문 계열사인 후지TV에 출연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제 강행 배경에 대해 “도둑과 강도로부터 집을 지키려는 문단속”이라고 빗대 말했다. 아베 총리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중국을 도둑과 강도로 비유한 것으로 보여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은 수백 발의 미사일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핵병기를 탑재할지 모른다. 국적불명의 비행기 접근은 10년 새 7배 늘었다”며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가급적 빨리 문단속을 해야 한다. 상대가 나쁜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고 정책을 변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인식을 비판해온 중국과 한국을 겨냥한 듯 “특정 국가를 비방 중상하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인은 반론하지 않았는데 이는 (비방 중상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나는 대사들에게 일본이 지향하는 것을 세계에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이날 출연은 후지TV의 특별 배려에 따른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달 6일 자민당 간부회의에서 안보법제에 대해 국민의 이해가 확산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사실은 TV에 나서고 싶은데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모처럼 출연이 성사된 만큼 아베 총리는 안보법제를 불 끄는 소방수에 비유하는 모형을 들고 나와 직접 설명하는 등 안보법제 강행으로 악화된 지지율을 되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모형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일본가옥, 오른쪽에는 미국가옥 본채와 별채로 구성됐다. 아베 총리는 소방수 모형을 움직여가며 일본 가옥에 인접한 미국 가옥 별채에 불이 붙어 일본 가옥에도 옮겨 붙을 위험이 있을 때 소방수를 보내 진화를 도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의 긴 설명에도 불구하고 패널들과 방송이 인터뷰한 길거리 국민들의 불신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한 패널은 “소방수는 정말 별채 소화만 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발언은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지율 회복을 위해 중국 등 주변국과 대립 각을 더 날카롭게 세우는 행보를 이어간다면 동북아시아에서 의도적으로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