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터 “비리, 난 몰라” 사퇴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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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본부서 차기회장 선거… 유럽 “러 월드컵 보이콧” 사퇴 압박
美-캐나다 등도 “블라터 반대”… 美법무부, 월가로 수사 확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서 29일(현지 시간) 차기 회장 선거가 2파전으로 치러졌다. 5선에 도전하는 제프 블라터 현 회장(79)의 승리가 유력하지만 미국의 FIFA 비리 수사로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FIFA 본부 회의장에 폭탄 테러 위협이 있었고 블라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CNN 방송은 “FIFA 비리 수사로 요르단 알리 빈 후세인 왕자(40)에게 표심이 쏠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블라터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요르단축구협회 회장인 후세인 왕자는 요르단 현 국왕의 동생. 선거 이틀 전인 27일 미국과 스위스 검찰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FIFA 간부 7명을 체포했다.

FIFA 회장 선거는 1차로 전체의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으면 당선되며,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209개 회원국은 유럽(53개국), 북중미(35개국), 아프리카(54개국), 아시아(46개국), 남미(10개국), 오세아니아(11개국)로 구성돼 있다. 블라터 회장은 유럽을 제외한 5개 대륙에서 탄탄한 기반을 자랑한다. 하지만 비리 수사의 칼날이 블라터 회장을 향하면서 일부 국가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블라터 회장이 당선되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후세인 왕자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탈표를 고려해도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 확보 가능한 표가 130∼140표에 이르는 블라터 회장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블라터 회장은 29일 총회 개막 연설에서 “이번 사태는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간부 개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맹 책임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왜 회장 선거를 이틀 앞두고 비리 수사를 끄집어낸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사퇴 압력을 거부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정치적 의도로 FIFA 수사에 나섰다’고 한 비판에 대해 제프리 래스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부패 척결 의지 외에 어떠한 의도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수사가 확대되면서 씨티그룹, JP모건 등 월가 대형 금융사들도 FIFA 뇌물 은닉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 코카콜라, 비자 등 FIFA 후원사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29일 “블라터 회장이 FIFA의 수장으로 지낸 기간에 FIFA의 부패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며 “축구를 살리기 위해서 블라터 회장이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가능한 한 빨리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계는 오랫동안 블라터 회장의 반대편에 서왔다. 1994년부터 FIFA 부회장을 지낸 정 명예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은 거래’ 의혹을 받아온 FIFA의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블라터#사퇴#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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