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재집권하며 ‘교육 우향우’ 노골화…독도 도발 최고수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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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는 민간 전문가와 출판사가 집필·편집한 원고(原稿) 수준의 내용을 문부과학성 ‘교과서검정심의회’가 심사한 뒤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출판사들은 심의회가 ‘수정’ 의견을 내면 이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교과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실은 것인지는 집필자 또는 발행자판단에 맡겨왔으며 집필자의 사상은 검정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 왔다. 역사(歷史) 기술을 둘러싸고 한국, 중국이 반발할 때마다 정부가 교과서 기술 수정 등에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던 근거이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교과서들은 독도를 그다지 다루지 않았다. 그러다 1995년 우익세력들이 ‘자유주의 사관 연구회’를 결성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역사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은 1997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을 결성해 역사 교과서를 직접 제작했다. 그렇게 나온 교과서가 2001년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했고 이후 일선 학교들이 정식 교재로 하나 둘 채택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부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 등 표현이 교과서에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것과 시기를 같이한다.

그런 가운데 역대 정권 중 가장 우익 성향이 강한 아베 1차 내각이 2006년 출범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교육 우향우’가 본격화됐다.

아베 내각은 출범 그 해 교육이 군국주의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47년 제정한 교육기본법을 애국심 고취 방향으로 개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8년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부르게 하고 영토교육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다케시마 영토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라’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잇따라 채택됐다. 2009년 12월 고교 학습지도요령도 같은 흐름으로 바뀌었다.

노골적인 교과서 통제는 2012년 12월 아베 정권이 재집권하면서 노골화됐다.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1월 17일 근현대사 기술에 한해 ①정부의 통일적 견해 및 최고재판소(대법원) 견해가 있을 경우 이에 입각해 기술하고 ②역사적 사안 가운데 통설적인 견해가 없을 경우에는 통설적 견해가 없음을 명시하도록 구체적 검정 기준을 마련했다.

더 나아가 10여일 뒤인 1월 28일에는 중·고교 학습지도요령해설서를 개정하면서 독도에 대해 아예 ‘일본 고유 영토’ ‘한국에 의한 불법 점거’ 표현 등을 넣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 열도에 대해서도 일본 고유 영토로 명기하도록 했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의 도발 표현 수위가 역대 가장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년 4월 검정 결과가 나올 고교 교과서 뿐 아니라 매년 나오는 외교청서, 방위백서 등에서 독도 영유권 표현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위안부 관련해서도 ‘강제동원의 증거는 없다’는 내용이 대폭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내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된다. 일본 중학교 교과서는 4년 주기로 정부 검정을 받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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