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트한자 사상 최고 배상금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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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111억원 전망… 경영 위기
추락기 부기장 자살충동 심리치료… 獨선 조종사 의료기록 공개 거론

지난달 24일 프랑스 알프스 산악지대에 추락한 저먼윙스의 안드레아스 루비츠 부기장(28)이 자살 충동을 느껴 심리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뒤셀도르프 검찰청의 크리스토프 쿰바 검사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루비츠가 조종사 자격증을 따기 몇 해 전 자살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루비츠가 우울증에 이어 자살 충동 성향까지 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CNN은 “조깅과 대중음악을 즐기는 페이스북상 그의 이미지는 허상이었다”며 “타인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직업군에 대한 정신 감정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루비츠는 2009년 우울증으로 6개월간 비행 훈련을 중단하고 1년 반 동안 심리 상담 치료를 받았지만 조종사 시험은 무난히 통과했다. 쿰바 검사는 “시험 통과 전에 자살 충동 질환에 대한 심리 치료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자살이나 폭력 성향을 보였다는 증거는 없다. 직접적인 범행 동기를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루비츠가 최근까지 시력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비행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회사 측에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CNN은 항공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루비츠가 올해 초부터 3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병원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어 “루비츠가 안과에서 ‘신체적으로는 정상이며 정신적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견을 받고 신경심리학과를 찾았다. 이때 의사가 비행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그가 회사 측에 이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루비츠의 스트레스가 심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항공사의 책임론도 확산되고 있다. 루프트한자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루비츠의 정기 건강검진에서 정신과 항목은 빠져 있었다. 유럽 조종사들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얼마나 자주 우울감을 느끼는가’ 등에 대한 서면 질의에 무조건 응해야 하지만 그 결과를 회사 측에 알릴 의무는 없다. 독일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른 사람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직업군의 경우 의학적 소견을 회사 측에 공개할 의무가 있다”며 “관련 조항을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루프트한자가 희생자 유가족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이 항공업계 사상 최고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지난달 29일 항공사 측이 무한대 배상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점쳤고, 뉴욕타임스는 희생자 1인당 배상액이 최대 1000만 달러(약 111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외신은 “잇따른 조종사 파업에 여객기 추락 사건까지 겹치면서 루프트한자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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