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와 ‘아시아적 가치’ 깃발 들고 평생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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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國父’ 리콴유 타계]‘국가창업 1세대’의 50년 애증
싱가포르 독립부터 사사건건 충돌… 90세 마하티르 “진심으로 애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타계로 그와 50여 년간 긴장 관계였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90·사진)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리 전 총리의 타계로 아시아 국가 창업 1세대 중 마지막 생존자가 됐다.

두 사람은 주요 현안에서 사사건건 대립했지만 영국 식민통치에 신음하던 두 나라를 명실상부한 현대국가로 탈바꿈시켰고 ‘아시아적 가치’를 설파했다.

두 사람이 처음 대립한 시점은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1965년. 국방 외교 기간시설 등을 말레이시아에 의존했던 싱가포르에 말레이시아 정부의 연방 탈퇴 통첩은 청천벽력이었다. 독립 당시 싱가포르 자치정부 총리였던 리 전 총리가 “비통하다”며 펑펑 울었던 것도 이 때문. 반면 초선 의원이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를 말레이계 무슬림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며 싱가포르 축출에 앞장섰다.

1981년 총리가 된 마하티르를 향해 리 전 총리는 수차례의 인터뷰에서 “특정 인종(말레이계) 우대 정책이 말레이시아 발전과 통합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냉소했다. 이에 마하티르는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맞섰다.

둘은 후계 구도를 놓고 대립하기도 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03년 퇴임 직후 “나는 리 전 총리처럼 선임장관직을 맡거나 아들(리셴룽 현 싱가포르 총리)을 정부 각료로 만들지 않겠다”며 리 전 총리를 대놓고 비꼬았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미움도 사라졌는지 리 전 총리 부고가 전해진 23일 직후 마하티르 전 총리는 “리 전 총리가 지금의 싱가포르를 만들었다”며 애도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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