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M’ 美 새로운 불평등의 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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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높고 일자리 증가속도 빨라… 관련 직업 절반이상 백인남성 차지
NYT “빈부격차 심화 요인될수도”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이른바 ‘스템(STEM)’ 분야가 미국 사회의 새로운 인종 차별이나 남녀 불평등을 초래하는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분야들의 직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평균 연봉이 높고 일자리 증가 속도도 더 빠르지만 전공자나 종사자들이 백인 남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STEM에 의해 차별받을 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미과학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과학자와 공학자를 인종과 성별로 분류한 결과 백인 남성이 51%로 절반이 넘었다. 다음이 백인 여성(20%), 아시안 남성(12%), 아시안 여성(5%), 히스패닉 남성(4%), 흑인 남성(3%), 히스패닉과 흑인 여성(각 2%) 순이었다.

소수 인종과 여성이 백인이나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현상은 고교 및 대학 과정의 스템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조지아테크연구소가 2013년도 컴퓨터과학 AP(Advanced Placement·고등학생이 대학 수준 과목을 대학 입학 전에 이수하는 제도) 시험의 50개 주별 응시자를 분석해보니 여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주가 3개나 나왔다. 히스패닉이 한 명도 없는 주도 8개, 흑인이 한 명도 없는 주는 11개나 됐다.

흑인은 미국 인구의 12%를 차지하는데 대학에서 STEM 분야 학사 학위를 받는 비중은 전체의 7%, 석사는 4%, 박사는 2%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NYT는 “미국 여성들은 현재 노동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STEM 분야에 집중된 좋은 일자리에는 26%밖에 없다. 흑인과 히스패닉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제로 인구센서스국에 따르면 전체 노동 인구의 11%를 차지하는 흑인들의 STEM 분야 일자리 비중은 6%에 불과했고 전체 노동인구에서 15%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은 7%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글로벌 리더십의 미래는 STEM에 달려 있다”며 이공계 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쏟아 부을 것으로 전망돼 그 혜택이 이 분야를 전공한 백인이나 남성들에게만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교육부는 최근 “2010∼2020년 전체 일자리는 14% 증가하겠지만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는 22%,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32%, 생의학 공학자는 62%나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NYT는 “STEM 분야 전체의 일자리 증가 속도는 그 외 다른 분야의 2배에 이른다”며 “과학과 수학 교육을 제대로 받았느냐 여부가 앞으로 미국 사회의 인종 간, 남녀 간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STEM#미국#인종 차별#남녀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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