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쿠바 이어 이란과도 국교정상화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1일 03시 00분


“불가능하지 않아… 핵협상이 관건” 해킹으로 냉랭해진 北 더욱 압박
美국무부 “北이 소니해킹 배후 맞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이란과의 외교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이란에 미국대사관을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직후 미국이 대사관을 철수하면서 35년간 국교가 단절됐다. 미국이 쿠바에 이어 이란과의 국교 정상화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으로 관계가 더욱 냉랭해진 북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2007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란 등과 같은) ‘불량 정권’과도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 왔고 이 발언은 아직도 유효하다”며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만날 것이다. 나는 외교를 믿고 대화를 믿고 포용(engagement)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관계 개선 조치에 나서기 전 이란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란은 국가 차원의 테러 지원 이력을 가진 크고 복잡한 나라이다. 관계 개선의 여지가 생기려면 (현재 진행 중인) 핵 협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란 내부에는 핵 협상을 타결해 관계 정상화의 기회를 잡으려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개방을 두려워하고 반미, 반서방 주의로 무장한 강경론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크림 반도 합병 사태 이후 최악의 관계로 치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하며 그와의 싸움에서 성공을 거뒀다고도 자평했다.

“푸틴이 수개월 전 크림 반도를 합병했을 때 일부 사람들로부터 ‘천재’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현재 러시아 경제가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는다. 3, 4개월 전만 해도 워싱턴의 모든 사람이 푸틴을 천재라고 확신했고 푸틴은 우리를 압도하면서 러시아의 힘을 확대해 왔다. 나는 당시 러시아와 전쟁은 원하지 않지만 국제 공조를 통해 러시아에 꾸준히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붐 등으로 6월 이후 원유가격이 50% 이상 폭락함으로써 푸틴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에도 조만간 서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제재 조치가 러시아 경제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 것이며 올해가 아니면 내년, 후년에 원유가 하락사태가 오면 러시아에 엄청난 어려움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프 래스키 미 국무부 공보과장은 29일 “북한이 소니픽처스 해킹 배후가 맞다”고 확인했다. 그는 “북한은 파괴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을 부인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결과를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이란#국교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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