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보고서 파문에도… CIA는 무풍지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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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CIA국장 경질요구 일축… 英-캐나다 등 우방들도 옹호 기류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 발표한 중앙정보국(CIA) 고문 보고서가 국내외적으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 등 서방세계와 다른 국가들 간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이번 보고서 파문이 9·11테러 이후 형성된 국제정치 지형과 주요국 간의 역학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IA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역설적으로 미 정부에서 차지하는 CIA의 힘은 새삼 부각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문 프로그램은 비판하면서도 CIA의 대테러 활동을 ‘애국적’이라고 평가하며 존 브레넌 CIA 국장 경질 요구를 일축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넌 국장을 신임하고 있다”고 밝혀 경질설을 부인했다. 법무부가 이날 고문 관련 책임자에 대해 “기소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CIA 바람막이’를 자청한 것은 임기가 2년 남은 상황에서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정치적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테러 관련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CIA가 흔들린다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제대로 치를 수 없고 주요 외교안보 이슈 관리도 어렵게 된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과 정보감시 활동 결과물을 공유하는 일명 ‘파이브 아이즈(다섯 개의 눈)’로 불리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고문 보고서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미국 옹호에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0일 “고문은 언제나 잘못된 일”이라는 원론적인 평가를 내린 뒤 “영국은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 없이 “CIA의 고문 활동은 캐나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파이브 아이즈’의 태도와 달리 평소 자국 내 인권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던 이란과 중국은 미국의 이중성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동안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도 비난에 동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김기용 기자
#CIA 고문보고서#미국#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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