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숨지게 한 백인경관 불기소… 일촉즉발 뉴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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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서 수백명 자정넘게 시위
美법무 “연방차원 수사 약속”… ‘제2 퍼거슨’ 확산 사전차단 나서

해마다 12월 초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앞에서 진행되는 ‘대형 크리스마스 점등식’은 뉴욕의 전통 축제 중 하나다. 그러나 3일 점등식은 분노한 시위대의 함성에 휩싸여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뉴욕 시 스탠튼아일랜드 대배심은 뉴욕 거리에서 가치담배를 팔던 흑인 에릭 가너 씨(43)를 현장에서 체포하다가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대니얼 판탈레오 경관(29)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올해는 록펠러 점등식을 취소해야 한다” “생방송되는 점등식을 저지해서 ‘정의’가 살아 있음을 세상에 알리자”는 의견이 올라왔다. 실제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행사장 주변에 모여들어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경찰의 저지선을 뚫지는 못했다.

이날 맨해튼 시위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 단위로 타임스스퀘어, 그랜드센트럴 역 등에서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주요 공공장소에선 항의의 표시로 죽은 것처럼 땅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 in)’ 시위도 잇따랐다. 시위대는 퍼거슨 사태 때 시위 구호인 “손들었으니 쏘지마(Hands up, Don't shoot)”와 천식 환자인 가너 씨가 숨지기 직전 호소했던 “숨을 쉴 수 없어(I can't breathe)”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가너 씨의 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배심 결정에 실망했다. 내 남편은 그렇게 죽어선 안 되는 사람”이라며 “올해는 누가 우리 아이들의 산타클로스 역할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날 대배심 결정 직후 록펠러 점등식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대배심 결정에 대한 실망감과 평화 시위 당부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부인이 흑인인 더블라지오 시장은 “오랜 세월 인종주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왔지만 그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며 “(흑인 혼혈인) 내 아들이 앞으로 부닥치게 될 위험에 (아들에게) 주의를 줘 왔다”고 말했다. 보수적 성향의 폭스뉴스 등은 “이번 사안을 완전히 인종주의 이슈로 비화시킨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대배심의 결정 몇 시간 뒤 “이번 사건에 대해 연방 차원의 수사를 하겠다”며 “검찰의 독립적이고 철저하고 공정하며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배심의 결정이 법 집행 당국과 지역주민 간에 신뢰를 강화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뉴욕 시위#백인경관 불기소#인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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