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시장 11명 인종차별 정책 쏟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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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달새… 노예제 폐지 기념행사 취소,
이슬람사원 공사 중단, 미성년자 야간통행금지

13세 미만 청소년 야간 통행금지, 노예제도 폐지 기념행사 취소, 인권단체 사무실 폐쇄, 건설 중인 이슬람 사원 허가 취소….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이 배출한 시장 11명이 취임 뒤 한 달간 쏟아낸 정책에 프랑스 정계가 경악하고 있다. 25일 실시될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반(反)유럽통합, 반이민을 내건 각국 극우 정당이 대거 약진할 것으로 보여 유럽에 ‘신(新) 증오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 남부 베지에 시의 FN 소속 로베르 메나르 시장은 13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6시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휴일과 주말, 6월 15일∼9월 15일 여름방학에는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청소년은 밤에 다니지 못한다.

소설 ‘삼총사’를 쓴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고향인 빌레르코트레 시에서는 매년 5월 10일 진행해온 노예제도 폐지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뒤마의 부친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아이티 출신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의 장군이 된 인물. 이로 인해 빌레르코트레는 프랑스 흑인 노예 해방의 상징 도시가 됐다. 그러나 신임 프랑크 브리포 시장은 “자학적인 의식을 부추기는 행사에 반대한다”며 기념식을 취소했다.

프레쥐에서 당선된 다비드 라슐린 시장은 유럽 통합 반대의 뜻으로 시청 건물에 걸린 유럽연합(EU) 깃발을 내렸다. 그는 또 건축 중인 이슬람 사원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파들이 득세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경기 침체에 따른 반EU, 반외국인 정서에 기대는 극우 정당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FN이 여론조사에서 20%의 지지율로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 조사 결과 극우 독립당은 31% 지지율을 얻어 노동당(28%), 보수당(19%)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극우 정당 그룹이 사상 처음 유럽의회 원내 교섭단체가 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최근 오스트리아의 자유민주당(FPO) 소속의 안드레아스 묄처 의원은 EU의 규제를 독일 ‘나치’에 비유하는 등 적대감을 드러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선거 포스터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사진을 넣고 EU의 민주주의를 북한에 비유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EU옵서버는 “극우파 정당의 약진은 유럽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이 헝가리의 요비크당, 프랑스 FN, 그리스 황금새벽당, 불가리아 아타카당 등 극우 정당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마린 르펜 프랑스 FN 당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어지는 속에 올해만 모스크바를 두 차례나 방문해 “유럽이 신냉전을 부추기고 있다”며 러시아 지지 입장을 밝혔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북부동맹의 대표는 크림 반도 주민투표에 대해 “주민 스스로가 미래를 선택했다”며 환영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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