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기, 납치로 기울어… 조종사에 의심 눈초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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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의도적 중단하고 경로 이탈… 고도기술로 관제 피해 8시간 비행
북부항로보다 남쪽비행 가능성… 말레이시아 경찰, 조종사 집 수색

실종 9일째인 16일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항로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이탈시켰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실종 여객기 조종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고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5일 “실종 여객기에서 통신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중단된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여객기 실종이 납치 등을 포함한 고의적 범행일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그는 “여객기가 발신한 신호음을 인공위성이 받은 정보로 볼 때 중앙아시아 쪽 북부항로와 인도양 남쪽 남부항로 중 한 경로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당국에 따르면 실종 여객기가 이륙하고 40분이 지난 뒤 위치와 고도를 송신하는 무선식별장치가 꺼졌다. 이어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 중 비행정보를 보내는 정보시스템도 작동을 멈췄다. ACARS 중 조종사들조차 잘 모르는 전송시스템(엔진 상황 전송)이 멈추지 않고 작동한 덕분에 8시간에 걸쳐 7차례 위성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신호는 영국 위성통신회사인 인마샛 정지위성 3호가 실종 여객기의 약한 파동을 감지하면서 확인됐다. 하지만 실종 여객기 위성장치는 위치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 없어 시간별로 추정되는 거리만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북부항로를 택했다면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근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군기지에서 포착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부항로보다는 인도네시아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남쪽 지역으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여객기 납치 가능성이 커진 뒤 조종사들의 집을 수색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기장인 자하리 아흐마드 샤(53)와 부기장 파리크 압둘 하미드(27)의 심리 상태, 가족생활, 주변 인물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보당국도 조종사들이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말레이시아 항공교통 관제국의 눈을 피해 여객기의 통신장비를 끄고 정상 항로를 벗어나려면 고도의 비행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9·11테러 이후 여객기의 조종실 문은 안쪽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강제로 열기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점도 주요 근거다.

한편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14개국은 함정 43척과 항공기 58대를 인도양 일대에 파견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경영대 항공전문가 테런스 판은 “조종사가 자살을 기도했다면 여객기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바다로 추락했을 수 있기 때문에 잔해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말레이시아 국적의 테러범과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언도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출신 무슬림 사지드 바닷은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오사마 빈라덴의 사위 술레이만 아부 가이트의 재판에서 “2001년 12월 조종사 1명이 포함된 말레이시아인 4, 5명을 만나 폭탄이 장착된 내 신발 한 짝을 줬다”고 증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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