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미첼 바첼레트 후보(62)가 재선에 성공했다. 남미 대륙에서 좌파 집권 대세도 더욱 확대됐다.
15일 실시된 칠레의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 좌파 진영의 바첼레트 후보가 62.2%인 346만8389표를 얻어 37.8%를 득표한 에벨린 마테이 중도우파연합 후보(60)를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바첼레트 당선인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첫 여성 대통령을 지냈으며 내년 3월부터 4년간 다시 칠레를 이끌게 됐다.
○ 남미 좌파 정권의 완결판
바첼레트 당선인은 부자 및 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를 늘려 무상 교육 등 사회 복지에 쓴다는 골자의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 밖에 낙태 허용 등 진보 성향의 정책을 고수해온 바첼레트의 재선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1973∼1990년) 붕괴 이후 좌파 정권의 명맥을 다시 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대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이 승리해 정권이 우파로 넘어갔지만 이번 대선에서 다시 되찾아왔다.
남미에서는 칠레뿐 아니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에서도 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그의 당선으로 아르헨티나(Argentina) 브라질(Brazil) 칠레(Chile)를 칭하는 일명 ‘남미 ABC’ 모두 여성이 대통령을 맡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전문가들은 남미 우파 정권의 부패와 이로 인한 빈부 격차 심화 등이 좌파 정권 부상의 디딤돌이 됐다고 분석한다. 2000년대 들어 집권하기 시작한 남미 좌파 정권이 4∼5%의 안정적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좌파 지지 확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 따뜻한 2선 여성 대통령
남미의 ‘좌파 붐’을 이어가게 된 바첼레트 당선자에게는 ‘따뜻한 리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기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0년 2월 리히터 규모 8.8의 강진이 칠레 서해안을 강타한 뒤 여진도 100차례가 넘자 바첼레트 당시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3월 10일까지도 지진 현장을 누비며 이재민을 위로했다.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독일어까지 구사하는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경력이 화려하지만 가톨릭 신자가 대다수인 칠레에서 무신론자인 데다 두 번 이혼한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05년 대선에서는 “나는 여성인 데다 이혼 경력이 있고 더구나 종교를 믿지 않아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든 죄를 한꺼번에 안고 있다. (그런) 내가 당선되면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혜택으로 여기도록 하겠다”고 호소해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현재 칠레는 4%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바첼레트 당선인이 앞으로 법인세 인상과 교육 개혁, 헌법 개정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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