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자금 모금, 여성이 한수 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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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前국무-워런 의원 앞장… 남성 정치인들 제치고 거액 모아
오바마 “美 여성대통령 곧 나올것”

‘여성 정치인의 자금력이 약하다는 통념은 깨졌다.’ 미국의 여성 정치인들이 남성을 제치고 막대한 자금을 모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탁월한 모금 실력을 자랑하는 여성 정치인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꼽힌다. 여성 정치인의 모금 실적은 큰손 기부가 아닌 여성 유권자의 인터넷 소액 기부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NYT는 전했다.

미 여성 상원의원들의 지난해 1인당 모금액은 900만 달러(약 95억2650만 원)를 기록해 80명의 남성 의원 평균(700만 달러)을 넘어섰다. 예전에도 있던 일이지만 지난해 여성 상원의원은 20명으로 상원 역사상 가장 많았고 모두가 골고루 좋은 모금 실적을 보여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도를 급속히 넓혀가는 워런 의원은 지난해 4210만 달러를 모금해 역대 여성 상원의원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2006년 상원의원 재선 당시 3870만 달러를 모금했던 것이 종전 최고기록이다.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인 워런 의원은 ‘지나치게 진보적이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도 성향의 클린턴 전 장관에 맞설 민주당 대선 후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여성 유권자가 오히려 여성 정치인을 밀어주는 데 인색했던 기류도 변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책임정치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중간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여성 후보들의 자금 중 40%가 여성 기부자들에게서 나왔다.

시민단체의 여성 정치인 지원도 한몫했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민주당 여성 정치인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에밀리 리스트’는 1985년 설립 이래 여성 정치인 정치자금으로 3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인터넷 모금의 발달로 10∼20달러 소액 기부가 많아진 것도 여성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여성 대변인으로 활약한 디디 마이어스 씨는 “정치에서 돈은 승자를 따르게 돼 있다”며 “돈이 몰리는 것은 여성 정치인이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곧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셸 여사가 당신보다 더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미국에 훌륭한 여성 공직자가 많다. 머지않아 여성 대통령을 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함께 인터뷰에 응한 미셸 여사는 “관심이 없다”며 “나에게는 국정 수행에 필요한 인내력이 전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정치자금 모금#여성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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