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SA, 佛 전화도 무차별 감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르몽드 “정-재계 인사 등 통화내용-문자메시지 7000만건 녹취”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자국 정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화 도청 의혹을 제기하면서 미국과 프랑스 양국 관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에 나섰다.

르몽드는 21일 NSA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두 개 이상의 프랑스 통신회사를 통해 특정 전화번호의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등 7000만 건을 자동으로 녹음 또는 저장했다고 보도했다. 도청 대상은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프랑스 기업인이나 정치인도 포함됐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르몽드의 이날 보도는 러시아에 망명을 신청한 NSA 계약직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비밀 문건을 인용한 것이다.

보도가 나오자 프랑스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찰스 리브킨 프랑스 주재 미국대사에게 이 문제를 해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우방국 사이의 도청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리브킨 대사에게 신속하고 실질적인 응답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파비위스 장관은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회의에서 “프랑스는 테러리스트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그러나 이런 협력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르몽드의 보도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프랑스를 방문하는 날 나와 미 행정부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케리 장관은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국가안보와 시민의 사생활 보호 사이에 올바른 균형을 잡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 일은 계속되고 있고 가장 가까운 우방인 프랑스와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22일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올랑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최근 보도의 일부 내용은 우리의 행동을 왜곡하고 있지만, 일부 내용은 우방국에 진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NSA의 유럽연합 우방국 도청 의혹은 올해 6월 처음으로 불거졌다. 당시에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 등이 강력 반발하고 미국이 해명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유럽의회 민권정의위원회는 21일 브뤼셀 회의에서 구글과 야후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미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유럽에서 수집한 정보를 미 정부에 제공할 때 먼저 유럽 관계당국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들은 위반할 경우 총매출의 5%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되는 이 법에 강력히 반발했지만 허사였다.

이에 앞서 독일 슈피겔은 20일 NSA가 2010년 5월 당시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의 e메일 등을 엿보면서 멕시코 마약 거래 정보와 군사력, 인권, 국제무역 정보 등을 훔쳤다고 폭로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국가안보국#전화 도청#프랑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