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전력 “오염수 유출”… 아베 발언 반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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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큰 걱정을 끼친 점 사과드립니다.”

10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주일 한국대사관. 도쿄전력 홍보부 직원 3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도쿄전력 직원은 주일 한국 특파원단의 요청으로 한국대사관에서 직접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도쿄전력이 특정 국가의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덴다 야스타카(傳田康貴) 도쿄전력 소셜커뮤니케이션실 과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영향이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외부 바다로) 유출된 삼중수소(트리튬)가 있다는 것은 이미 발표했다. 유출된 삼중수소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의 발언을 뒤집은 셈이다.

앞서 9일 도쿄전력 당국자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느냐’는 잇단 질문에 “하루라도 빨리 (상황을) 안정시키고 싶다”며 “정부 측에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문의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IOC 위원들을 상대로 무리한 발언을 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한국 특파원들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가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덴다 과장은 “원전과 붙어 있는 취수구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비교적 높게 나왔지만 취수구 바깥의 바다에서는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에서 3km, 15km 떨어진 바다에서도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낮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안전한 상태면 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조업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지만 근거 없는 풍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조업해도 문제없지만 풍문 때문에 조업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쿄대와 해상기술안전연구소가 지난달 8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20km 이내 바다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방사성 세슘 ‘핫스폿’이 40곳에서 발견됐다. 핫스폿이란 방사성 세슘 농도가 주변보다 2∼10배 높은 지역을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의 원전 전문가는 “해양 오염에선 그 수치가 높게 나오기 힘들다. 고농도 오염수라도 바다로 유입되면 희석돼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량의 방사성 물질이라도 남아 있으면 어류의 체내에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9일 원전 용지 내 관측용 우물에서 L당 3200Bq(베크렐)이라는 사상 최고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에 대해 덴다 과장은 “우물이 (300t이 누수된 저장탱크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지하수 전반이 오염됐을 개연성은 작다는 설명이다.

한편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유출과 관련해 “사고의 충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긴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IAEA는 4월에 이어 올가을 두 번째로 현지 조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후쿠시마#오염수 유출#일본 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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