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와 함께 지자체가 뛴다]<3>대구 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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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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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 인연을 경제 파트너십으로… 中서부진출 손잡는다

중국 산시 성 시안에서 5일부터 9일까지 열린 투자무역 상담회에 참가한 ‘청도 감와인’의 부스에 중국인들이 찾아와 감으로 만든 와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산시 성의 특산물인 감으로 술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시안=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 산시 성 시안에서 5일부터 9일까지 열린 투자무역 상담회에 참가한 ‘청도 감와인’의 부스에 중국인들이 찾아와 감으로 만든 와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산시 성의 특산물인 감으로 술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시안=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대구와 경북은 오랜 과거까지 이어지는 중국과의 역사적 문화적 인연에서 중국 지자체들과 교류의 단서를 찾고 있다. 경북은 많은 종가(宗家)가 보존돼 있어 유교 문화를 공통점으로 중국과 인문학적 교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중국 연해 도시와는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강화하면서 중서부 도시에 교두보를 개척하는 데도 나서고 있다.

○ 대구, ‘두보 후손과 이순신의 인연’

김성호 대구 수성구 문화재해설사가 모명재 주련의 5언 절구 시를 설명하고 있다. ‘봉정두복야’ 제하의 5언 절구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 이어 정유재란 때도 다시 조선에 온 두사충에게 감사와 우의의 표시로 써 준 것이다.
김성호 대구 수성구 문화재해설사가 모명재 주련의 5언 절구 시를 설명하고 있다. ‘봉정두복야’ 제하의 5언 절구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 이어 정유재란 때도 다시 조선에 온 두사충에게 감사와 우의의 표시로 써 준 것이다.
대구 수성구 만촌2동에는 모명재(慕明齋)라는 명나라 장수 두사충(杜思忠)의 재실(齋室·무덤이나 사당 옆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이 있다. 재실 뒤에는 묘도 있다.

당나라 시성 두보의 22대손인 두사충은 1592년 12월 임진왜란 때 이여송 장군을 따라 온 ‘수륙지획주사(水陸地劃主事)’라는 직책의 참모였다. 지형을 살펴 군대의 주둔지나 진지 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그는 임란이 끝난 뒤 돌아갔다가 정유재란 때 두 아들과 함께 다시 돌아와 대구에 정착했다.

당시 조선 수군통제사로 두사충과 막역한 사이였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두사충이 두 번씩이나 조선에 온 것에 감사하며 ‘봉정두복야(奉呈杜僕射)’라는 5언 절구 시를 지어 주었다. 복야는 두사충의 관직명이다.

북으로 가면 고락을 같이하고(北去同甘苦) 동으로 오면 생사를 함께하네(東來共死生)

성 남쪽 타향의 밝은 달 아래(城南他夜月) 오늘 한잔 술로 정을 나누세(今日一盃情)

두사충의 후손들이 1912년 지은 모명재의 기둥에 이 시가 붙어 있다. 대구 남구의 대명동(大明洞)은 두사충이 지은 이름에서 유래했다. 조선에 정착한 두사충은 한국 두릉(杜陵) 두씨의 시조가 됐다. 두씨 종친회 두진락 회장(73)은 “한국에 55가구가 살고 있으며 매년 4월 첫 일요일에 제사를 지낸다”고 말했다.

김성호 수성구문화재해설사(65)는 “모명재 앞에는 이순신 장군의 7대손으로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인수(李仁秀)가 두사충의 후손을 만나 교류한 것을 적은 신도비(神道碑)까지 세워 두 집안의 인연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모명재 인근에 모명재길을 조성 중이다. 수성구청 문화체육과 심현숙 주무관은 “올해 내로 완성될 모명재길은 모명재와 함께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친근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명동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문화원이 있어 중국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안경욱 원장(49)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시의원을 지내며 중국을 찾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지방에서도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2006년 1월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부산주재 중국총영사관은 자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에는 240여 개의 종가가 있는 덕분에 많은 유교 문화 전통을 보존하고 있어 중국과의 교류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9년 12월 시진핑(習近平) 당시 국가부주석이 경주를 방문했을 때 김관용 지사와 유교 문화 교류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다고 도 관계자는 말했다.

안동시가 산둥(山東) 성 취푸(曲阜) 시와 우호협력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양국의 대표적인 유교 도시 간의 교류다.

○ ‘연해를 넘어 서부 대개발 거점도시로’


중국 문화 전도사로 활동 중인 ‘대구 중국문화원’의 안경욱 원장이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원에서 중국 전통 복장을 입고 활짝 웃고 있다.

대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 문화 전도사로 활동 중인 ‘대구 중국문화원’의 안경욱 원장이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원에서 중국 전통 복장을 입고 활짝 웃고 있다. 대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4월 5일부터 9일까지 중국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의 취장(曲江)국제전람센터에서는 ‘17회 중국 동서부 협력 및 투자무역 상담회’가 열렸다. 경북도는 도 소재 20개 중소기업을 지원해 이 상담회에 참가했다. 개막식 날인 5일 ‘청도 감와인’은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 시 이다(鎰達)무역과 연간 10억 원 이상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 이갑수 전무는 “중국인들은 감으로 이렇게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데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유류탱크를 실시간 원격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산들정보통신’과 산업 로봇 기술을 가진 ‘프로맥스’도 이번 행사 기간에 중국 업체들과 각각 1000만 달러와 2000만 달러의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행사에는 ‘청도 감와인’, 구미시의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업체인 ‘SKM 글로벌’ 등 6개 업체가 도가 품질을 인증한 브랜드인 ‘실라리안(SILLARIAN·신라인)’를 내걸고 참가했다. 경북도의 김호진 국제비즈니스 과장은 “중국 중앙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서부대개발에 산시 성은 핵심 지역”이라며 “산시 성 정부와의 자매결연으로 경북업체들의 중국 시장 판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우친젠(婁勤儉) 산시 성 성장은 “양측이 서로 노력해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경제발전 상에도 상호 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윈난(雲南) 성 농업과학원’과 올 1월 딸기 신품종 육성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경북도 국제비즈니스과 전유진 주무관은 “생물종다양성이 풍부한 윈난 성은 세계 각국이 첨단농업기술 개발을 위해 눈독을 들이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대구도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와 상호교류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으며 충칭(重慶)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 더욱 실질화하는 연안 도시와의 경제협력

대구와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는 매년 열리는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G)’와 닝보복장박람회’에 두 도시 기업들이 상호 참가하고 있다. 대구시 관광문화재과 안중보 중국관광객유치단장은 “지난해 4월에는 지자체 간 협약으로 부스 임차료 할인 등 혜택과 편의를 제공키로 해 지자체 간 교류가 민간에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된 사례”라고 말했다.

올해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대구 두류공원에서는 시 후원으로 ‘대구국제치킨맥주 페스티벌’이 열린다. 산둥 성 칭다오(靑島)의 ‘국제맥주페스티벌’에서 착안한 것이다. 대구는 ‘교촌치킨’ ‘페리카나치킨’ ‘땅땅치킨’ 등 전국적 치킨 브랜드의 발원지를 자부한다. 칭다오에서는 시와 맥주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가한다. 대구시 배영철 국제통상과장은 “‘대구의 닭과 칭다오 맥주’가 만나는 이 행사로 두 도시 간 관광자원 공동 개발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자매도시인 칭다오는 1997년 10월 대구 향교에 2.53m 높이의 백옥 공자상을 기증하고 대구는 팔공산과 낙동강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선물했다. 칭다오는 2011년에는 칭다오부녀연합회가 대구를 방문하고 지난해에는 대구여성단체연합회가 칭다오를 방문하는 등 여성단체 간 교류도 활발하다. 대구시 국제통상과 전인우 중화지역 담당 주무관은 “양국 지자체 간 교류의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의 현안 중 하나는 경북과 울릉도를 오가는 50인승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울릉공항’ 건설이다. 김경도 경북도 국제비즈니스과 사무관은 “정부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아직 건설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으나 독도홍보 효과가 있는 데다 영토수호라는 상징성이 있어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도 증가할 것”이라고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구자룡 기자·시안=이헌진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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