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국장 반대” 13시간 의회 연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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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美 공화당 상원의원… 필리버스터 벌여 투표 막아

6일 미국 의회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의 인준 표결을 위해 소집된 상원 전체회의에서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켄터키·사진)이 연단에 올라 장장 12시간 52분간 연설한 것. 그는 장시간 연설로 예정된 투표를 막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벌인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 47분 연단에 오른 폴 의원은 “버틸 수 있는 한 여기서 계속 얘기하겠다”며 브레넌 지명자 인준을 반대하는 연설을 시작했다. 그가 연설로 목이 쉬자 같은 당 소속의 마코 루비오, 마이크 리, 테드 크루즈, 제리 모런 의원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론 와이든 의원도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며 지원 작전을 펼쳤다.

폴 의원이 브레넌의 CIA 국장 지명을 반대한 이유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무인기(드론) 정책에 반발해서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땅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드론 공격을 벌이는 것을 합법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며 오바마 드론 정책의 설계자인 브레넌의 인준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폴 의원은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괴짜 의원’ 론 폴 하원의원의 아들이다.

전날 정보위원회 표결에서는 찬성 12표, 반대 3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브레넌 지명자의 인준안이 가결 처리됐다. 이날 상원 전체회의에서도 당초 브레넌 인준은 쉽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뜻밖에 등장한 폴 의원의 필리버스터로 표결은 연기됐다.

미 의회 역사상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1957년 스톰 서먼드 전 상원의원이 가지고 있다. 서먼드 전 의원은 당시 공민권법(인권법)에 반대해 상원 연단에서 무려 24시간 18분 동안 연설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존 브레넌#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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