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탈환 훈련 vs 전투기 시위… 中-日 또 으르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 센카쿠 갈등 다시 고조

일본이 중국의 사격 레이더 조준 사건을 공개하면서 주춤하던 양국 간 갈등 수위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사격 레이더 조준 행위를 부인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서 중국 비판에 가세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증거를 대겠다고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자위대는 미국 해병대와 빼앗긴 섬을 되찾는 훈련을 실시하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또 일본은 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해 내년 초 필리핀에 경비함을 제공하기로 하고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며칠 만에 다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 상공과 해역에 전투기와 해양감시선을 투입하며 일본을 자극했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 해병대와 일본 자위대는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클러멘티 섬 훈련장에서 적에게 뺏긴 낙도를 탈환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언론에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2006년에 시작된 양국 간 연합훈련은 이번이 8번째다.

지난달 15일에 시작돼 2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 난세이(南西) 제도 방위강화책의 일환으로 자위대원 280여 명이 참가했다. 9일에는 자위대원이 미 해병대의 CH-53 대형 수송 헬리콥터를 타고 섬에 상륙하는 훈련을 벌였다.

또 일본은 일본판 NSC를 설치하기 위해 15일 전문가회의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이후 중국이 중국판 NSC를 설치한 데 이은 것으로 이르면 6월에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중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1차 아베 내각 때인 2007년에도 NSC 창설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심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내년 초에는 공적개발원조(ODA)의 엔 차관을 활용해 필리핀에 경비함 19척을 제공하기로 했다. 경비함 한 척의 가격은 10억 엔(약 118억 원) 이상이다. 중국과 남중국해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영유권 갈등을 겪는 필리핀을 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8일 중국의 사격 레이더 조준과 관련해 “중국은 이런 일이 있으면 인정하고 사죄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중국이 사격 레이더 조준을 부인한 데 대해 “(중국) 레이더가 이쪽을 향한 것을 육안으로도 사진으로도 확인했다. 중국이 이런 일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제 규범을 어기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사격 레이더 조준을 입증할 증거를 일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격 레이더가) 우리 배를 한동안 쫓았다는 증거가 있다. 보통 사람이 보고 시각적으로 이해할 만한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레이더 정보 탐지능력 노출을 우려해 증거 공개를 꺼렸던 일본은 중국이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자 공개 방침으로 선회했다.

이에 반발하듯 5일 이후 모습을 감췄던 중국 전투기와 해양감시선이 다시 센카쿠 열도 주변에 진입했다. 9일에는 중국 공군 전투기와 해군 초계기 등 2대가 일본 측 센카쿠 영공에 접근했다. 5일 일본 측의 발표 이후 모습을 감췄던 중국 해양감시선도 10일 4척, 11일 2척이 잇달아 센카쿠 접속수역(24해리·44km)에 진입했다.

한편 중국 제팡(解放)군보는 동해함대 소속 전투기 수호이-30기 2대가 10일 긴급 발진해 동중국해 상공에 나타난 외국 정찰기와 2시간가량 공중대치했다고 11일 전했다. 제팡군보는 정찰기가 어느 나라 비행기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이나 일본 정찰기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주로 일본이 중국에 대항해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고 발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제팡군보의 이번 보도는 중국도 적극적인 국제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중국#일본#센카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