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부관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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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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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사망한 정부 탈세 고발 변호사 마그니츠키
러, 사후재판 시작… 앰네스티 “유족-동료 협박용”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고위 관리가 저지른 부정부패를 폭로하다가 사망한 변호사에 대한 ‘사후 재판’을 진행해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러시아 법원은 28일 영국계 투자회사인 허미티지 캐피털에서 헤지펀드 전문변호사로 활약했던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전 변호사(사진)에 대한 예비심리를 열었다. 정식 재판은 2월 18일 시작된다.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내무부 및 세무 당국 관리들이 서류를 조작해 2억3000만 달러(약 2494억 원)의 세금을 빼돌린 비리 사건을 폭로했다가 오히려 날조된 탈세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됐다. 그는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고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재판도 없이 1년 가까이 수감됐다가 2009년 췌장염 등의 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 37세였다.

마그니츠키가 인권을 보호받지 못한 채 사망하자 국제사회는 반발했다. 미국 상·하원은 마그니츠키 사망에 연루된 러시아 관료와 그 가족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마그니츠키 법’을 지난해 말 통과시켰다. 유럽연합과 캐나다 등도 비슷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1일 러시아 어린이의 미국 입양을 금지하는 법을 발효시킨 것은 미국의 마그니츠키 법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전했다. 러시아가 어린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마그니츠키에 대한 ‘사후 재판’은 핵심 당사자가 반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 관리의 결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재판이라는 것이 국제인권단체의 분석이다.

앰네스티는 “러시아가 사후 재판을 통해 마그니츠키를 도운 가족과 동료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 인권의 심각한 퇴행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최근 성명을 발표했다.

마그니츠키 사건은 러시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폐막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외국 기업 경영진은 “마그니츠키 사후 재판은 러시아의 투자 리스크를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부관찬시#사후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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