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임, 뉴욕지하철 사망 한기석씨 사연 소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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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세탁소 접고 구직중… 부인도 척수염 앓아
범인은 시에라리온서 입양… 체포전 “신문 1면에 났어”

‘만나지 않아야 할 두 사람이 우연히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났을 때 참사는 예견됐다.’

시사주간지 타임 등 미 언론은 흑인 남성에게 떠밀려 선로에 떨어진 뒤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 사망한 재미동포 한기석 씨(58)와 살해범 나임 데이비스(30)의 삶 및 만남을 6일 상세히 보도했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임신부가 임신 중 음주를 해 태아에게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선천성 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데이비스는 내전이 한창 벌어진 고국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7세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미국 미네소타 주 뉴브라이턴 시에 거주하는 시알라바 부부에게 입양됐다.

부부는 당시 데이비스같이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입양했다. 데이비스는 자라면서 거리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1999년 17세 때 처음으로 싸움에 연관돼 법정에 선 이후 2010년까지 절도, 마리화나 소지 등 12건 이상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한기석 씨는 25년 전 부푼 꿈을 안고 아칸소대에 유학하러 미국에 왔다. 그는 세탁소를 차려 생계를 유지했지만 경제가 어려워져 세탁일이 줄어들자 7년 전 사업을 접고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인 한세림 씨는 5년 전부터 걷기도 힘든 척수염을 앓아 집안 살림은 더욱 어려워졌다. 2010년에는 10만 달러(약 1억800만 원)의 카드 빚과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한 씨는 술을 마시고 부인과 다투는 날이 많아졌다. 사건 당일도 술에 취한 한 씨와 부인은 심하게 다투었고 한 씨는 오전 11시 집을 나갔다가 1시간 30분 뒤 참변을 당했다. 그 당시 한 씨는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한국 영사관에 가던 중이었다. 사고를 당한 한 씨의 몸에서는 빈 보드카 병이 발견돼 수사 당국은 술이 이번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체포되기 몇 시간 전 가판대에서 담배 한 갑과 한 씨의 사고 장면을 1면 사진으로 다룬 뉴욕포스트를 구입해 “봐. 내가 뉴욕포스트 맨 앞면에 나왔어”라고 말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뉴욕경찰 수사 관계자는 6일 밝혔다.

한편 한 씨의 사고 현장을 사진에 담은 뉴욕포스트 프리랜서 기자 우마르 압바시는 타임스스퀘어 노숙인에게 신발을 신겨준 경찰관의 미담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주중 하루 평균 528만 명이 이용하는 뉴욕 지하철에서는 작년 한 해만 147건의 선로 추락사고가 발생해 50명이 사망했다고 뉴욕 교통 당국은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뉴욕#한기석#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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