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탐관오리 司正 ‘속전속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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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부패 등 추문 떠돌면 조사 → 처분 → 공개 즉각 이뤄져
리춘청 중앙위 후보위원 낙마

중국 전역에 사정의 칼바람이 매섭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공산당 새 지도부는 부패척결의 기치 아래 탐관오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신속하고 과감하며 즉시 공개하는 ‘시진핑 스타일’의 반부패 드라마가 막을 올렸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리춘청(李春城) 쓰촨(四川) 성 부서기가 심각한 기율 위반으로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리 부서기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어서 새 지도부 출범 이래 낙마한 첫 고위 공직자다.

리 부서기보다 직위가 낮은 공무원이 철직된 경우는 수두룩하다. 최근 한 달 반 동안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시 전 부시장 량다오싱(梁道行), 광둥 성 재정청 전 부청장 웨이진펑(危金峰),국토청 전 부청장 뤼잉밍(呂英明) 등이 부패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처벌받았다.

현재 부패척결은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여자관계, 호화생활 폭로→즉시 조사 및 처분→즉시 공개다. 인터넷에서 부패의 단서를 발견하면 빠르게 손을 쓰는 게 특징이다. 당내 사정을 총지휘하는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 서기도 최근 “인터넷의 여론과 욕하는 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폭로를 사정의 주요 단초로 삼겠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부패척결에 속도와 강도, 투명도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속도도 빠르다. 불과 며칠 전에 20만 위안(약 3477만 원)짜리 고급시계를 찬 사진이 인터넷에서 문제가 된 간쑤(甘肅) 성 란저우(蘭州) 시 위안잔팅(袁占亭) 시장은 현재 조사 중이다. 산둥(山東) 성 농업청 간부도 내연녀에게 써준 글이 인터넷에 게재된 뒤 12시간 만에 조사가 착수됐다.

흥미롭게도 여자 문제가 부패 조사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우쑤(烏蘇) 시 공안국 치팡(齊放) 국장은 쌍둥이 자매와 내연관계를 맺고 또 이들을 공안으로 채용했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3일 게재됐다. 그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충칭(重慶) 시의 간부가 인터넷에 공개된 섹스비디오로 조사를 받은 뒤 63시간 만에 면직돼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충칭 시 공무원도 음란 사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산시(山西) 성 타이안(泰安) 시의 한 구(區) 인민대표(지방의원)는 4명의 부인과 살면서 자녀 10명을 둔 게 폭로돼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는 현재 이런 낯 뜨거운 사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당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교장이기도 한 시 총서기는 2009년 “경험이 일천한 젊은 간부들에게 딴 속셈을 지닌 사람들이 재물과 여색(女色), 술로 접근하고 있다”며 “도덕성이 약한 간부들은 곧바로 무너져 불법집단의 노예로 전락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부 인터넷 매체는 사정 열풍이 구(舊)권력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밍징(明鏡)은 후진타오(胡錦濤)의 측근인 링지화(令計劃)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이 부패 혐의로 체포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그의 부인이 구금됐으며 링 부장의 동생 링완청(令完成)은 미국으로 도망갔다고 6일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후 주석 계열인 류치바오(劉奇보) 중앙선전부장이 일주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리춘청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시진핑#탐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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