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 - 이슬람 반군, 40여년 내전 종지부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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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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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 설립 평화협정 합의

필리핀 정부가 필리핀 내 최대 이슬람 반군단체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 역사적인 예비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1970년대부터 40년 넘게 이슬람 반군의 거점지역인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15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필리핀 내전이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7일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MILF와 민다나오 일부 지역에 새로운 무슬림 자치지역을 설립하는 내용의 예비 평화협정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번 기본협정으로 민다나오 지역에 항구적이고 완전한 의미의 평화를 정착하는 길이 열렸다”며 “MILF가 더이상 이곳의 분리독립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와 MILF는 지난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된 마라톤협상 끝에 민다나오 섬에 들어설 이슬람 자치지역의 영토 규모, 예산, 자치권한 범위 등에 대한 기본적 원칙에 합의했다. 무슬림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대신 중앙정부가 국방과 치안, 외교, 통화정책을 계속 통제하기로 했다.

수도 마닐라에서 700km가량 떨어진 민다나오 섬은 필리핀에서 자원이 가장 풍부하고 국가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약 400만 명의 무슬림(모로족)이 살고 있는 곳. 1970년 결성된 ‘모로민족해방전선(MNLF)’과 MILF 등 이슬람 반군단체들은 독립을 요구하며 40년 넘게 무장투쟁을 벌였다. 지금까지 정부군과 민다나오 지배세력인 기독교계가 반군과 무력충돌을 계속해 약 15만 명이 사망하고 3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지역경제가 마비됐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무장투쟁을 주도한 MILF가 조직원 1만2000명을 보유한 최대 반군단체로 성장하며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손잡자 민다나오 섬이 아시아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정부와 MILF는 다음 주 마닐라에서 예비협정에 최종 서명할 계획이다. 최종 평화협정은 의회 비준과 국민투표를 거쳐 아키노 대통령의 6년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중반 이전에 공식 체결될 것이라고 필리핀 관리가 밝혔다.

하지만 다른 반군단체들이 이번 협정을 거부하고 있고 과거에도 정부와 MILF 측의 평화협상을 대법원에서 파기한 적이 있어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필리핀#반군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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