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헌재 “유로안정화기구 조건부 합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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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당-시민연대 제기 ‘ESM 설립 정지 신청’ 기각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럽 통합을 통한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 노력에 손을 들어줬다. 독일 헌재는 12일 유럽연합(EU)의 신(新)재정협약과 상설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에 독일이 참여하는 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독일 헌재 소장은 의회의 비준을 받은 신재정협약과 ESM 설립 참여안을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승인할 수 없게 해달라며 좌파당과 시민연대 등이 올해 6월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ESM 비준안을 검토한 결과 헌법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리스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국에 대한 ESM의 구제금융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돼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 고비를 넘을 수 있게 됐다. 크게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유럽 재정동맹 강화 등 유럽 통합 추진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헌재는 ESM 분담액 보증 규모를 1900억 유로(약 266조 원)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상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7000억 유로(약 1014조 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하는 ESM의 독일 분담금은 1900억 유로(27.1%). 또 헌재는 ESM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을 경우 독일이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도록 했다.

또 이번 결정이 본안 소송의 위헌 여부 결정에 앞서 임시적인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올해 12월 나올 예정인 본안 판결이 이번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온 가우크 대통령이 구제금융 제공을 승인하면 ESM은 이르면 다음 달 8일부터 가동될 수 있다. ESM은 한시적 구제기금이었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하는 영구적 방어벽 역할을 하는 유로존의 ‘국제통화기금’(IMF)이라고 할 수 있다.

ESM은 채권 발행 기능만 있는 EFSF와 달리 차입까지 할 수 있고 재정위기국의 채권을 직접 매입할 수도 있어 위기 대응력이 높다. 당초 올해 7월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독일의 비준 지연으로 출범이 늦어졌다.

신재정협약은 3월 EU 25개국이 합의한 것으로, 방만한 재정운용과 과다부채를 막고자 EU 회원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EU 집행위 등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결정에 대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말했고 녹색당 위르겐 트리틴 원내대표는 “의회의 결정을 존중한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국가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유럽담당 장관과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등도 결정을 환영했다.

미국 뉴욕증시도 상승 출발했다. 12일 오전 9시 35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8.18포인트(0.29%) 오른 13,361.54에 거래됐다. 나스닥종합지수도 12.13포인트(0.39%) 상승한 3,116.66을 나타냈다.

이날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 결과도 유로존의 앞날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르크 뤼테 총리의 집권당인 자민당과 디데릭 삼송의 중도 좌파 노동당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 두 당 모두 친유럽 성향이어서 선거 결과가 네덜란드의 ESM 참여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독일#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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