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北 SOC 개발계획 함께 세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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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북한에선…15일 광복절을 맞아 북한의 인민군 장병, 학생, 근로자,해외동포 등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광복절 북한에선…15일 광복절을 맞아 북한의 인민군 장병, 학생, 근로자,해외동포 등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중국의 국가개발은행(CDB)이 북한의 도로와 철도, 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SOC) 현황을 직접 실사한 뒤 북한의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국책은행이 북한의 SOC 구축을 위해 현황 조사에 나서는 것은 해당 분야의 양국 협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CDB 전문가 그룹은 이르면 다음 달 북한의 도로와 철도, 에너지 현황을 실사한 뒤 SOC 개발계획 수립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CDB는 지난해 이미 북한과 SOC 개발 자문 등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CDB는 또 14일부터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방중한 북한 국가계획위원회 간부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소개하고 개발계획 수립과 관련한 노하우를 설명했다. CDB에서는 부행장이 대표로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20여 명이 나왔다.

이번 회의는 중국의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경제개발 초기 단계의 인프라 구축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 소식통은 “중국 측이 설명을 한 뒤 북한 측과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다”며 “철도 도로 등 교통 운수 분야와 에너지 부문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고 전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CDB 측이 조만간 북한을 직접 방문해 SOC 부문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기초로 북한과 함께 개발계획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CDB는 지난해 라오스에 3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등 중국의 대외 원조 및 투자 창구를 맡고 있다. 따라서 북한 SOC 실사 및 개발계획 수립에 참여할 경우 이에 따른 자금 지원도 수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DB는 지난해 북한에 들어가서 이미 SOC와 관련한 MOU를 체결했기 때문에 이번 실사는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회의에 참석한 북측 인사들은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화력발전소와 도로 건설 등에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유·무상 원조 확대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6일부터는 톈진(天津)과 상하이(上海) 등에서 경제발전 현황을 시찰할 예정이다.

북-중 양측의 이번 회의는 중국이 나선지구 등 북한과의 접경지대뿐 아니라 내륙의 SOC 분야에 대한 접근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광복절 사설에서 “경제강국의 면모를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김정은 동지의 확고한 결심”이라며 경제 부문의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했다. 이날 사설은 ‘경제강국’이라는 표현을 5차례나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CDB의 북한 SOC 개발 참여가 북한에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전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측이 개혁개방의 성과를 소개하고 계발계획 수립과 관련한 노하우를 제공함으로써 북의 변화를 유도할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그동안 중국을 수차례 방문해 경제개발 현장을 시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실질적인 변화보다는 원조 확보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북한 측 인사들이 시종일관 중국의 지원을 요구했다는 점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고정적인 식량 지원 외에는 북에 대한 원조를 매우 까다롭게 통제하고 있는 만큼 SOC 개발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성택 부위원장은 방중 사흘째인 15일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서 주요 인사들을 만난 뒤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전날 장 부위원장이 중국과 합의한 나선 및 황금평·위화도 특구 개발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며 기반시설공사 등과 관련한 세부 사안에서 진전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가 14일 내놓은 발표문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켜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됐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북한 SOC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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