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7명 센카쿠 상륙… 中-日 영유권 갈등 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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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당국, 전원 체포 신문 나서… 양국 여론 격앙 속 파장 촉각

홍콩 시민단체 활동가 7명이 15일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섬에 직접 상륙했다. 일본 당국은 이날 활동가 등 14명을 현장에서 체포해 신문하고 있다.

홍콩의 ‘댜오위다오 보호행동위원회(保釣行動委員會·이하 위원회)’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후 4시 28분경 ‘치펑(啓豊)2호’에 탄 활동가 7명이 섬에 상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섬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중국 오성홍기를 내걸고 중국 국가를 제창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들이 섬에 상륙하자 일본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경찰과 해상보안청, 입국관리국 등은 먼저 섬에 상륙했다가 ‘치펑2호’로 돌아가지 않고 있던 5명을 먼저 붙잡은 뒤 치펑2호로 돌아간 2명과 섬 상륙에는 참여하지 않고 배에 있던 나머지 7명 등 9명을 추가로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치펑2호에는 홍콩과 마카오 중국인 활동가와 선원, 기자 등 총 14명이 승선해 있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법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의 고위 관리는 체포한 사람들을 수일내로 석방할 것이라고 밝혀 양측이 정면충돌로 치닫지 않을 수도 있다. 체포한 활동가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 놨다. 외국인이 이 섬에 불법 상륙한 것은 2004년 3월 중국인 활동가 7명이 상륙한 이후 처음이다.

현재 양국 외교가에서는 2010년 9월 센카쿠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일본 순시선이 나포한 뒤 급격히 얼어붙은 중-일 외교전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중국 정부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까지 나서 일본에 경고하고 희토류 수출을 막는 등 초강경으로 대응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중국의 압박에 사실상 ‘백기투항’했으나 이후 자국 내에서 비판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 양국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홍콩 활동가들과 합류하려던 중국 활동가들의 출항을 불허했다. 일본 정부도 당초 치펑2호의 센카쿠 열도 접근을 강력히 차단할 계획이었지만 저지 강도는 예상보다 낮았다. 해상보안청 소속 함정 12척과 헬기를 동원해 경계에 나섰을 뿐이다.

활동가들의 상륙과 체포 소식은 중-일 언론의 TV 생중계와 속보로 양국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경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 구 주중 일본대사관 정문 앞에서도 홍콩 활동가들에 대한 동조 기습시위가 발생하는 등 중국 여론은 격앙된 상태다. 일본 여론도 2년 전 ‘굴욕’을 떠올리면서 강경 자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센카쿠#영유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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