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잘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를 학부모들이 접수하는 첫 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가 학교 개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근거한 것으로 미국 공교육 개혁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카운티 고등법원은 20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데저트 트레일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이른바 ‘학부모 방아쇠(Parent-trigger)’ 법안에 따라 부실 공립학교를 자율형 공립학교(차터스쿨)로 전환시키는 계획을 계속 추진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WSJ는 “사법부가 쓰러져 가는 학교에 학부모들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게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주가 2010년 처음으로 도입한 법안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전체 학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교육청의 허가를 얻어 △학교 폐쇄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권을 인수해 차터스쿨로 전환 △교장과 교사 교체 등 3가지 개혁조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추진할 수 있다. 현재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주에도 비슷한 법안이 있고 다른 20여 개 주도 유사한 법안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데저트 트레일스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법안 도입 2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월 학부모 70%의 서명을 받아 차터스쿨 전환 계획을 관할 교육청에 냈다. 학생들의 3분의 2가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가 실시한 읽기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56%와 80%가 각각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기준치에 미달할 정도로 학업 성취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부모들의 서명이 조작되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법원은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줬다. 차터스쿨은 학부모와 외부단체 등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자율적으로 교과목 등을 정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율형 공립학교로 최근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WSJ는 첫 물꼬가 터진 만큼 학부모들이 학교 개혁에 개입하는 사례가 미국의 다른 주에도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부모들이 학교 개혁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미국 공립학교 시스템이 갈수록 취약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교육부 자료를 인용해 공립학교 학생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공립학교 학생들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 5% 줄어든 것에 비해 차터스쿨의 학생들은 60% 가까이 늘었다는 것. 도시별로 보면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 시는 학생 수가 무려 32.1%나 줄어들었다. ‘교육정책을 위한 전미 시장협의회’ 회장인 케빈 존슨 새크라멘토 시장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기고 있다. 우리가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면 왜 학생들이 공립학교를 잇달아 떠나겠느냐”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공립학교를 외면하면서 학생 수에 따라 예산 지원을 받는 학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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