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푸조 8000명 감원, 좌시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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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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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좌파 대통령, 기업에 으름장
푸조 “판매 줄어 불가피” 반발… 포퓰리즘 정책 시험대 올라

프랑스 경제와 노동계에 큰 충격파를 던진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앵그룹(PSA)의 공장 폐쇄 및 8000명 감원 계획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PSA 사태는 올랑드 좌파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민간기업의 구조조정과 노사정책을 놓고 정면 대립하는 것이어서 ‘좌파 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14일 혁명기념일 TV 인터뷰에서 푸조의 대량 감원 발표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두지 않겠다”며 “회사가 노동비용의 문제라고 말하는 건 너무 안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경영진의 나쁜 전략적 선택이나 배당금을 받아간 주주들의 행동도 있었다. 공정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랑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간기업인 PSA의 공장 폐쇄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것은 인정했다. 정부는 25일 푸조 등 국산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 산업 지원책도 밝혀 측면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필리프 바랭 PSA 최고경영자(CEO)는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 일부는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공장 폐쇄와 감원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 위기로 차 수요가 급감해 올 상반기만 8억8500만 유로(약 1조2400억 원)의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프랑스 차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유럽 2위 자동차회사인 PSA는 11일 △3000명이 근무하는 (PSA 최대 공장인) 올내수부아 공장을 2014년까지 폐쇄 △프랑스 서부 렌 공장 1400명 감원 △전국 자동차 판매 지점의 직원 3600명 감축 등으로 8000명가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PSA 직원의 10%에 달한다. 프랑스에서 자동차공장이 문을 닫는 건 20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는 “전쟁으로 맞서겠다”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푸조 감원 반대’는 올랑드 정권이 5월 출범 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포퓰리즘 정책의 하나다. 지난달 초에는 연금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0세로 다시 낮췄다. 전 정권이 2010년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화를 위해 관철한 연금개혁을 2년도 안 돼 환원한 것.

정부는 7월부터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9.4유로(약 1만3200원)로 지난해보다 2%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넘어선 건 6년 만이다. 법인세 인상과 ‘슈퍼부자’에 대해 연소득 100만 유로 초과분에 75%의 세금을 매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좌파 강공’ 드라이브에 “수십 년간 성장을 갉아먹는 정책으로 프랑스의 지위가 떨어졌다”(중앙은행 총재) “500억 유로의 기업 감세로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국가경쟁력위원장)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는 2009년 이후 900여 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고 제조업 일자리 약 10만 개가 줄었다.

새 정부는 일자리 15만 개를 새로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고용이나 복지에 관한 ‘좌파 포퓰리즘 공약’을 철회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올랑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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