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마초 소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저커버그
“사무실 벽은 성적 매력이 넘치는 여성들이 그려진 그라피티(벽화)로 가득했다. 꽉 끼는 웃옷에 허리가 잘록한 그라피티 속 여성들은 비디오게임에 등장하는 여전사 스타일의 완벽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2005년 당시 설립 1년차 기업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막 주목을 받기 시작한 페이스북에 입사한 여직원 캐서린 로스 씨는 출근 첫날 사무실을 둘러본 인상을 이렇게 전했다. 그라피티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은 “더 야한 그림들이 남자 화장실에 가득하다”고 말했다. 로스 씨가 2005∼2010년 페이스북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반여성적 ‘마초 문화’는 26일 발간될 저서 ‘보이킹스(소년 왕들): 소셜미디어 심장부로의 여행’에 담길 예정이다. 벌써부터 미 경영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이 책을 사전 입수해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캐서린 로스
캐서린 로스
로스 씨에 따르면 2005년 페이스북 직원 50명 중 여직원은 고객관련 부서에서 일하던 자신과 행정직 여직원뿐이었다. 당시 페이스북 사무실은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캘리포니아 팰러앨토로 옮긴 직후였다고 한다. 로스 씨는 “회사 내에는 하버드대 학생들의 자신만만한 분위기가 팽배했으며 여성 비하적 문화도 그중 일부분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여성을 무시하고 성희롱을 일삼는 같은 부서 남성 엔지니어의 문제를 담당 책임자에게 보고했더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로스 씨는 “엔지니어에게 바로 문제를 제기하자 나에게 ‘악질 페미니스트’라고 오히려 화를 냈으며 이후 나는 부서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전했다.

로스 씨는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의 반여성적 문화를 방치하고, 심지어 부추긴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2008년 저커버그는 전 직원을 모아놓고 구글에서 영입한 여성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버그를 소개하면서 “내가 샌버그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건넨 말은 ‘피부가 좋다’는 칭찬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는 것. 당시 샌버그는 경영능력이 아닌 외모를 언급한 것이 기분 나빴을 수도 있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 여걸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고 로스 씨는 전했다.

그녀는 “즐거운 경험도 있었지만 (여성으로서) 힘든 경험을 한 뒤 ‘나를 위한 회사는 아니다’는 판단 아래 2010년 페이스북을 떠났다”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채널A 영상]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 中 TV 다큐멘터리 깜짝 출연



#페이스북#마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