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부의 고위 실세인 궈보슝(郭伯雄·사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첫 한국 방문이 지난달 말 성사 직전에 무산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중국은 일본과의 갈등을 이유로 그의 방한을 취소해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중국 측은 5월 말 한국과 일본의 순방 일정을 잡았던 궈 부주석이 방일 계획을 취소함에 따라 한국 일정도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정부에 통보했다. 중국은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에서 중국의 반정부 단체로 규정된 세계위구르회의(WUC) 대표대회가 열린 것을 문제 삼아 방일을 전격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 측이 “한국 방문만이라도 당초 예정대로 성사시켜 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은 “일정이 빡빡한 중국 군부의 고위 인사가 특정 국가 한 곳만 방문하기 위해 해외 일정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궈 부주석의 방한을 위한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예상치 않았던 일본 변수 때문에 끝내 방한이 취소됐다”며 “그의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2년 넘게 공을 들여 온 정부로서는 대단히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궈 부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에 이어 서열 3위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고위 인사다.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비롯해 중국의 전반적인 국방정책에 누구 못지않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는 그의 방한이 한중 군사안보 협력 강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최근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내에서도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여론에 크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며 “중국이 일본 내 세계위구르회의 행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영토나 역사 문제로 여론이 민족주의 성향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다”며 “정권 교체기에 각국 정부가 이런 국내 분위기에 휘둘리면서 동북아의 외교적 협력 노력이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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