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코드 人事… 공장 작업반장을 부총리급 앉히다

  • Array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反푸틴시위 직접 진압하겠다”
TV서 발언 홀만스키흐 씨… 대통령 전권대사 전격 발탁

러시아의 한 지방 군수공장 조립라인 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코드’가 맞아 하루아침에 부총리급 직책에 오르게 됐다.

주인공은 42세의 이고리 홀만스키흐 씨(사진). 그는 현재 우랄지역 동남부 니즈니타길 시의 방산업체 ‘우랄바곤자보트’의 탱크 조립라인 작업반장을 맡고 있다. 대학에서 장갑궤도 차량 분야를 수료한 뒤 부모가 근무했던 공장에 입사했다.

그를 푸틴이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생방송으로 방영된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다.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촉발된 반(反)푸틴 시위가 연일 벌어지던 상황에서 홀만스키흐 씨는 방송 화상 연결을 통해 “만약 군경이 반푸틴 시위자들을 진압하지 못하면 내가 직접 조립라인의 노동자들을 이끌고 모스크바로 가서 진압하겠다”는 파격 발언을 했다. 이날 사건으로 홀만스키흐 씨는 반푸틴 세력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장 내에 ‘푸틴 후보 지지 노동자위원회’를 결성해 우랄지역 공장들을 돌며 지지운동을 펼치고 푸틴 찬성 집회를 열어 연설을 맡는 등 친(親)푸틴 활동을 계속했다. 1월 초에는 아예 우랄지역 선거운동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의 활동 소식을 전해들은 푸틴은 3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그와 화상전화 연결을 해 “당신은 누가 진정한 러시아인이며 노동자들의 대표인지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심지어 대통령 취임(7일) 후 첫 공식 방문으로 10일 그가 일하는 공장을 택했다. 홀만스키흐 씨는 푸틴과 공장 노동자들의 만남을 주선했고 푸틴은 이 공장과 수십억 루블에 이르는 정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마침내 18일 푸틴은 홀만스키흐 씨를 우랄연방 대통령 전권대사로 전격 임명했다. 이는 푸틴이 대통령 공식 취임 후 단행한 첫 번째 고위직 인사다. 대통령 전권대사는 지금까지 주로 정부고위 관료나 검찰총장 출신들이 해왔다. 정치적 배경이 전혀 없는 인물이 기용된 것은 처음이다. 전권대사는 2000년 푸틴이 지방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직책으로 특별한 전문적인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 권력자 푸틴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역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야당인 정의 러시아당의 니콜라이 레비체프 의장은 인테르팍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러시아인들의 관심사는 조립라인의 다음 작업반장 자리에 누가 임명될지에 쏠려 있다”며 이번 인사를 비꼬았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러시아#푸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