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나스닥 상장]저커버그 생일날 사상최고 기업가치로 美증시 데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공모 가격: 주당 38달러
공모 경쟁률: 20 대 1
공모 주식수: 4억2100만~4억8440만 주
자금 조달 규모: 160억~184억 달러

28세 생일인 17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았다. 미국 증시 역사상 상장하자마자 가장 높은 시장가치를 기록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

미국 정보기술(IT)뿐 아니라 세계 IT 역사는 크게 4명의 이름으로 분류된다. 컴퓨터에 운영체제를 담으면서 기계에 정신을 심어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모바일 혁명을 이룬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인터넷 검색의 새장을 연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주. 이어 4번째 획을 그은 인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처음으로 선보인 저커버그다. 불과 28세에 부(富)와 기업 성공을 거머쥔 저커버그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IT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 제2의 꿈은 ‘모바일 평정?’

게이츠는 31세이던 1986년 MS를 상장했다. 브린 구글 창업주도 같은 나이가 된 2004년 주식을 증시에 올렸다. 저커버크는 28세에 이 일을 했다. 그보다 젊은 나이에 상장을 한 인물은 4명 가운데 잡스뿐.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22세 되던 1977년에 상장했다. 잡스가 IT 역사에서 이룬 업적을 보면 저커버그의 앞길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뉴욕타임스는 저커버그를 ‘후드티를 쓴 아기 얼굴의 창업자(baby-face founder)’로 묘사했다. 그의 꿈을 IT 업계가 주목하고 있고, 또 어떤 혁명을 이뤄낼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페이스북의 다음 타깃은 모바일과 중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페이스북은 인터넷 SNS에서는 최강자이지만 모바일 분야에선 아직 후발주자다. 페이스북이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최근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기업인 ‘앱 라이트박스’를 인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듯이 모바일 사업 관련 기업 인수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상장 후 첫 목표가 ‘모바일 SNS 평정’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는 행보다.

국가보안을 이유로 페이스북 접속을 일부 차단하는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지도 관심 사안이다. 저커버그는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 관료들을 상대로 중국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좀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새로운 직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 현재 페이스북 직원은 3539명이지만 경쟁사인 구글 직원은 3만 명이 넘는다. 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대거 인재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 일순위로 페이스북을 바라보고 있다.

○ 10년 만에 다시 불거진 IT 버블 논쟁

2001년 미 증시는 ‘IT 버블 붕괴’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나스닥에 오르면서 실적이 부진한 벤처기업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내다 판 결과였다.

페이스북은 한동안 잊혀졌던 IT 버블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한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한다. 고등학생까지 투자클럽을 만들고 회사원들이 ‘페이스북 투자 계(契)’를 만들어 페이스북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내다 팔 계획이다. 큰손들이 떠난 뒤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와 벤처캐피털 등 페이스북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은 당초 계획보다 두 배나 많은 주식을 이번 공모에 내놓으면서 발 빼기에 나서고 있다.

한편 에버코어 파트너스 애널리스트인 켄 세나는 “구글이 광고당 63달러의 수익을 올리는데 페이스북은 9.5달러에 불과하다”며 페이스북이 수익모델로 내세운 광고 수입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어갈지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다 미 3위 광고주 업체인 GM은 “페이스북의 광고 효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16일 페이스북에서 1000만 달러(약 120억 원)의 광고를 빼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페이스북의 향후 주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많은 증시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 주식이 ‘꼭 가져야 할 주식(must-have stock)’으로 첫 거래일에 주가가 5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의 경쟁 상대인 구글이 2004년 16억7000만 달러를 조달하고 상장 당시 시장가치가 230억 달러로 페이스북의 5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하면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반면 일각에서는 “광고밖에 없는 수익모델로 페이스북의 시장가치가 과연 1000억 달러가 넘는 게 말이 되냐”며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반박했다. 저커버그는 뉴욕에 오지 않고 캘리포니아 주 먼로파크 본사에서 18일 오전 9시 반 오프닝벨을 울렸으며 페이스북 임직원들은 17일 저녁 상장 축하파티를 벌였다.
:: 페이스북 ::

2004년 하버드대 2학년생이던 마크 저커버그가 에드와도 새버린, 더스틴 모스코비츠, 크리스 휴스 등 친구 3명과 함께 개설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숙사 방에 앉아 재미삼아 동급생을 놀릴 방법을 궁리하다 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모아놓고 랭킹을 매기는 사이트를 개발한 게 계기다. 그래서 이름도 페이스북(얼굴 책)이다. 저커버그는 사이트에 여자친구의 사생활을 올려 헤어지는 아픔도 겪었다. e메일 주소로 가입하면 ‘친구 맺기’를 통해 각국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인맥을 쌓을 수 있다. 9억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본사는 캘리포니아 주, 직원은 3539명.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페이스북#나스닥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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