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식회사(Corporate America)’를 이끄는 금융과 정보기술(IT) 업종의 두 스타 최고경영자(CEO)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미국 언론이 연일 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 한 명은 금융회사 모럴해저드의 전형으로 불리는 무모한 파생상품 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봤고, 다른 한 명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허위 학력 기재’로 물러났다. 미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기업과 금융회사의 병폐를 수술하기 위해 4년 가까운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이번 사태의 파장은 심상찮아 보인다. 》 ■ 야후 톰슨, 학력위조 들통… 취임 4개월 만에 퇴진
야후 최고경영자(CEO) 스콧 톰슨(사진)이 학력위조 의혹으로 취임 4개월 만에 사임했다. 13일 야후는 톰슨 CEO의 사직을 발표하고 글로벌 언론담당책임자인 로스 레빈슨이 대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임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은 학력 위조 의혹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학력 위조 의혹은 야후 지분의 5.8%를 보유한 주요 기관투자가인 서드포인트가 이달 초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톰슨이 스톤힐대에서 컴퓨터공학과 회계학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회계학 학위만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이로써 야후는 8개월 만에 CEO를 4번이나 교체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20%의 수익 감소를 겪은 야후는 지난해 9월 캐럴 바츠 전 CEO를 해고한 뒤 팀 모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시 CEO로 임명하고 1월 톰슨에게 바통을 넘겼다. 당시 구글에 밀려 고심하던 야후는 이베이 자회사이자 결제서비스업체인 페이팔의 대표인 톰슨을 야심 차게 영입했다. 하지만 그는 뜻밖의 학력위조 스캔들로 ‘야후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달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2000명을 해고하고 50여 개의 서비스를 정리하기로 한 톰슨의 야심 찬 개혁 작업은 결국 물 건너갈 위기에 놓인 것. 업계에서는 학력 위조 의혹을 바로 시인하지 않고 거짓 해명으로 회피하려 했던 톰슨의 대응 방식도 사임의 중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톰슨이 사임 직전 이사회와 몇몇 동료에게 “이사회가 학력위조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 며칠 전 갑상샘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것일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톰슨이 현재 암 치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 JP모건 다이먼, 23억달러 파생상품 손실로 낙마 위기
미국 최대 상업은행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뛰어난 위험관리 능력으로 JP모건이 금융위기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해 월가에서 ‘가장 미움을 덜 받은 금융 CEO’라고까지 불렸던 사람. 그런 CEO가 파생상품 투자로 하루아침에 23억 달러(약 2조6400억 원)가 날아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자 시장의 충격은 더 크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그가 명성을 쌓는 데에는 30년이 걸렸지만 잃는 데에는 45분으로 충분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최근 은행의 파생상품 투자를 규제하는 금융개혁법안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금융개혁의 당사자가 됐다.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전 국제통화기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1일 야후와의 인터뷰에서 “꼼꼼하기로 유명한 그가 이번 일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맡고 있는 뉴욕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JP모건은 14일 파생금융상품 투자 손실 책임을 지고 이나 드루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사임하고 후임으로 매트 제임스 글로벌 채권책임자가 정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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