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vs “특권층 대통령”… 사르코지-올랑드 난타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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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토론 2000만명 시청
“사르코지, 판세 뒤집기 역부족”

“3월 실업률은 1999년 이래 최고치다. 2007∼2012년 70만 명의 실업자가 늘었다. 엄청난 기록이다.”(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

“수치가 틀렸다. 좌파 정권 때문에 생긴 재정위기가 큰 요인이다. 좌파가 의회를 장악했던 1997∼2002년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가 원인이다.”(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프랑스 대선을 나흘 앞둔 2일 파리 북쪽 생드니의 특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TV 토론에서 두 후보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토론을 3차례 갖자고 제안했으나 올랑드 후보가 거부해 이날 토론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려 양보 없는 ‘맞짱토론’이 진행됐다.

예상대로 일자리 문제와 재정 위기, 대통령의 자격이 최대 쟁점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위기의 유로화를 구해냈고 금융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이자에 돈을 빌려 부채 위기를 넘겼다며 국정 운영 능력을 과시했다. 이어 “유럽은 위기에서 탈출했다”며 올랑드 후보의 신재정협약 재협상 공약을 무책임한 것으로 비판했다.

이에 올랑드 후보는 “우리 부채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느냐. 아직 유럽은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프랑스는 독일과 달리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올랑드 후보의 공약 중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 계획과 페센하임 원전 폐쇄 공약 등에 대해 날을 세워 공세를 폈다.

반면 올랑드 후보는 “대통령은 여당 의원과 기업인만 엘리제궁으로 불러 대화하는 등 특정 계층의 대통령이었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었다”며 “나는 국민을 존중하는 대통령, 통합하는 대통령, 소수의 목소리도 듣는 대통령, 권위가 있지만 모두에게 친근한 보통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도중 “거짓말에 중상모략까지 덧붙이지 마라”(사르코지→올랑드), “나는 어린이들을 지키겠다. 당신은 특권층이나 비호하라”(올랑드→사르코지) 등의 험한 발언들이 오갈 때는 분위기가 격해졌다.

정치평론가들은 “올랑드 후보가 깊은 인상을 주거나 토론을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밀리지도 않았다”며 “올랑드 후보가 우세한 현재 판도가 한 번의 토론으로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은 약 2000만 명이 지켜본 것으로 추산됐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 이른 저녁부터 시내 대부분은 한산했고 TV가 없는 식당은 손님들이 찾지를 않았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프랑스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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